리더형 둘이 함께 사는 집, INTJ 부인과 ENTJ 남편
대학시절 학교에서 무료로 진행해주는 mbti 성격 유형 분석을 처음 접해 본 이후부터
직장인이 되어 호주에 오기 바로 직전까지 여러 번의 검사에서
나는 언제나 ESTP 활동가 형이었다.
사람과 경험을 좋아하고 말 많고 직접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 유형 말이다.
얼마 전 6년 정도 만에 다시 mbti 검사를 해보았는데 그 결과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INTJ 과학자 형이 나온 것이다.
낯선 이 곳에 와서 정착하기 위한 시간 동안 나는 전혀 다른 인격이 된 듯하다.
생각하고 찾아보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타입으로
여성인 경우 인구의 0.8%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타입.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니 나는 이 곳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거의 인간 개조의 수준으로 변화한 것 같다.
흥청망청 오늘이 오늘이고 내일이 오늘이고의 삶과는 이별한 지 오래.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게 느껴지는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보다 훨씬 좋고 만족스럽다.
너무 흥미로운 결과라 남편에게도 유형검사를 시켜보았는데
남편은 더욱 놀랍게도 ENTJ 지도자형이 나왔다.
가족 구성원이 둘인데 둘 다 NT형 이라니.
'계획과 실천'을 빼놓고서는 살 수 없는 우리의 삶이
성격 유형에서 절실히 드러나는 것만 같아 신기했다.
우리가 지금껏 얻은 작은 결과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어쩌면 당연한 분석 결과에 '잘하고 있어, 우리.'라는 안도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똑같이 계획과 실천을 중요시 하지만
나의 경우 직관적이고 기획 단계의 계획에 포커싱이 맞추어져 있다면
남편의 경우는 훨씬 논리적이라 실천 단계의 계획에 강점이 있다.
내가 큰 그림을 그리면 남편이 예쁘게 색을 채워주는 패턴이랄까.
서로의 장단점이 잘 보완되는 좋은 팀워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도 나도 우리의 삶에만 너무 집중해서 살다 보니
공감능력, 타인과의 관계 등 사회적인 요소들이 점점 퇴화하고 있는 듯한데
'부인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어. 둘 중에 선택하라면 지금이 더 좋지 않아?'
라는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오롯이 나의 삶에만 집중하며 살 수 있는 지금의 내가 훨씬 만족스럽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일상이 감사하다.
앞으로 어떤 일들로 인해 어떤식으로 사고방식이 변화해갈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나 스스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