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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Feb 27. 2024

욕망을 욕망하지 않는다

난 사람이라고요

 요즘 평일 저녁에 학원을 다니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밤 열 시인데 부평역에서부터 걸어오는 길은 그야말로 유혹의 도가니탕이다. 온갖 포장마차에서 풍겨오는 떡볶이 냄새와 어묵 냄새, 호떡 냄새, 타코야끼 냄새… 황급히 먹을 것을 돌 보듯 하라는 선다이어터들의 말을 생각하며 골목으로 들어선다. 그러나 골목에는 온갖 맛있어 보이는 술집에 즐거운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심지어 전문 혼술집마저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아아… 인간이여.


 아파트 정문에 도착해서도 자꾸 뒤 돌아보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 다행히 점점 마음이 사그라든다. 그러면서 오늘도 이겨내었구나! 뿌듯한 기분이 그제야 나를 감싸준다.


 일본에 다녀온 후로 나에게 나름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 고통을 안겨준다기보다는 쾌락만을 쫓아 살아온 나의 과거를 반성하고 욕망을 자제하는 것에서 더 큰 쾌락을 찾아보자는 다짐을 했다. 어디서 본 지 기억은 나진 않지만 자신 스스로도 자신마저 제어하지 못하면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냐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일본에서 한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금주를 다짐했고 1일 1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올라올 때는 최대한 계단으로 올라오고 유튜브도 최대한 보는 시간을 줄여보자 는 다짐도 했다. 단 것과 밀가루 음식은 최대한 피하자는 결심 또한 했다. 이것은 거대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알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나는 이기려고 부단한 노력을 매 순간하고 있다. 사실 중간중간 술도 먹고 폭식한 날도 있고 그렇다. 부끄럽지만 완전 진 날도 있다. 어제와 오늘은 현장에서 일이 힘들었는지 너무나 피곤하고 졸리고 자꾸 입에선 뭔가 땡기는 것이 배에서 뭐든 달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루 한 끼만 먹는 것은 당연히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1.5식?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을 하고 있는데 한 끼만 정상적으로 먹고 6시간 안에 하루견과 한 봉지와 무가당 두유를 먹는 것으로 나의 식욕을 제어하고 있다.


 도대체 이렇게 해서 나의 욕구 절제는 과연 나에게 어떠한 결과를 줄까. 아까도 계란빵 냄새를 맡으며 눈물을 참고 걸어오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내가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서글픔이 들었다. 거의 3주간의 기간 동안 철저히 지키지 못한 나의 탓이 크겠지만 나의 체중이나 외모 상 별다른 변화는 없기 때문에 더 보람이 없다. 기운만 떨어지는 것도 같고… 그동안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술 마시고 싶은 대로 마시고 보고 싶은 대로 하루종일 핸드폰만 보고 있었는데 많은 욕망을 자제하고 제어하려고 하니 엄청난 내적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일단 가장 큰 식욕. 식욕을 억제하니 일단 힘들다. 하지만 하루에 두 끼를 먹던 나에게 한 끼는 간단식으로 정해두고 한 끼만 정상식을 먹으니 귀찮았던 먹는 게 한 없이 소중해졌다. 하루에 한 끼를 뭘 먹을지 내일은 뭘 먹을지 기대된다. 아니, 이건 식욕이 증가한 건가? 헷갈리지만 아무튼 하루동안 군것질과 아메리카노 아닌 음료를 참는 것은 어렵고 외로운 싸움이다. 아까도 믹스커피가 먹고 싶어 편의점에 가려는데 때마침 어딜 가셨는지 문이 잠겨있어 못 샀다. 다행히 그래서 유혹을 떨쳐낼 수 있었다.


 술. 술은 정말 내가 욕심이 많은 분야인데 잘 넘기고 있다. 안 먹기 엄청 힘들 줄 알았는데 딱 3일 지나니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집에 있는 위스키가 적적한 밤이 되면 ’한 잔 하고 자~‘라고 늘 속삭였는데 요즘은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다. 신기할 정도다. 그렇지만 모임에서는 결국 먹게 된다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 모임을 피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욕망을 채우는 데 소비했던 에너지가 점점 ‘나’에 집중되는 효과가 있는 듯싶다. 매일 가야 하는 저녁 반 학원도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맨날 유튜브 보느라 잡고 있던 핸드폰보다 가게 일을 하는데 더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나이 먹고 잘 늙어갈지에 대한 연구기간에 들어간 셈이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고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나한테 집중해서 나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나 스스로가 더 좋은 사람이 되면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겠지.


 욕망이란 어그러진 거울로 나를 바라보며 그동안 나를 망쳐온 듯싶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 나아가 욕망을 욕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정한 자유로 사는 길이라 믿는다. 그리고 다시는 그 전의 무절제한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날 붙잡는다. 희한한 노릇이다. 이렇게 갑자기 사람이 변할 수도 있나. 어찌 되었든 오늘도 집에 오는 길에 계란빵 먹고 싶은 욕망 자제한 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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