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한 탄내가 섞인 풀잎 냄새가 조금은 선득한 공기와 함께 느껴지면 가을이 왔나 싶다. 밖은 어두운데 바쁘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풀벌레들의 소리가 더욱 그렇다.
사람의 감각이란 참 무서운 것이라 이맘때즈음 새벽이면 난 다시 십여 년 전 추석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아직 깜깜한 밖. 졸리고 피곤한 몸. 새벽 다섯 시가 안 된 시간. 부스스스 일어나 시댁에 가져가야 할 음식들을 챙기고 닿기 싫은 물을 얼굴과 몸에 뿌리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이른 새벽 집을 나서야 했다. 그때 창밖으로 와닿던 공기. 그 서글픈 벌레 소리. 그 모든 게 마치 시간을 돌려놓듯 나를 그때로 돌려놓는 것이다. 떠지지 않는 눈으로 차에 몸을 싣고 따로 살던 시어머니께 먼저 들렸다 다시 시댁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도 멀고 외롭게 느껴졌었다. 아무도 나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 남편의 그림자 같은 나. 너무 튀어도 안 되고 없어도 안 되는 존재.
정말 신기하고 이상하다. 언제가 되어야 이 과거로의 소환이 끝날까. 지금은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도 이런 과거의 서글픈 내 모습이 안쓰럽다. 그렇게 십여 년을 살아온 내가 안타깝고 안되었다. 내가 나의 언니라면 힘들었을 거라고 꼭 안아줄 텐데. 네가 원해서 한 결혼이니 그 정도는 네가 감수해야지라고 말은 안 할 텐데.
지나간 쓸데없는 일을 잡고 이러고 있다. 새벽 4시 반에 깨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