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PD님에게서
연속 3일 밤을 새우며 편집했다. 여러 방법으로 구성하여 편집했으나 결국은 제자리였다. 처음에 구성했던 편집이 제일 나았다. 지금까지 뭐한 거지 대체. 뻘짓한 기분이었다. 마감 날짜는 다가오고, 아직도 절반은 못 한 상태고. 스스로가 한심했다. 이렇게 돌고 돌아 결국은 처음의 답이 맞다니.
억울해, 한심해. 편집실에서 질질 눈물 흘리며 울었다. '아니... 왜... 기껏 고생은 다했는데 답이 이거야... 아후 시발... 못해먹겠네 진짜...' 휴지에 눈물 찍으며 짜고 있는데 메인 PD님이 편집실 문을 벌컥 열었다. 10초간 정적. PD님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셨다. 진짜 조용히. 그리고 정확히 5초 만에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너 또 우냐?"
너 '또' 우냐. 그 말은 예전에도 울었다는 말이다. PD님은 어떻게 질질 짤 때만 기막히게 들어오시지? 처음으로 예능 편집을 할 때였다.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못하겠어서 질질 짰다. PD님의 도움 덕택에 어떻게든 잘 끝났었지만... 이번엔 다섯 번째 편집이었다. 이번엔 눈물의 이유가 달랐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억울하고 스스로 한심해서 질질 짰다. 왜 또 편집이 어려워? 하고 PD님이 물었다. 아니요, 질질 짜는 걸 멈추고 대답했다.
"시간 다 버렸어요..."
"왜"
"기껏 밤새 편집했는데 처음 한 구성이 제일 나아요..."
"잘 됐네, 뭐"
"잘 됐다고요? 시간 다 버린 거잖아요..."
"아니지,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구성이 제일 좋다는 걸 알게 된 거잖아."
그 말 듣고 눈물이 뚝 그쳤다. 잘 됐네, 에서 부터 분노가 차올라서 멈춰있던 눈물이었는데 마지막 말을 듣고는 분노와 함께 눈물이 싹 가셨다. 듣고 보니 진짜 맞는 말 아닌가. 진짜 다른 구성 편집 안 해봤으면 이 구성이 제일 좋은지 몰랐을 거였다. 해 보니까 안 거다. 첫 구성이 제일 좋았다는 것을. 편집이 잘 안 될 때마다, 어려울 때마다, PD님이 해주신 이 말을 생각하며 마음을 잡는다. 돌아 돌아 돌고 도는 것이 시간을 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 돌아 돌아 돌고 도는 것은 좋은 것을 골라내는 과정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돌아 돌아 돌고 돈다. 돌겠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