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고요하게 담담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 영상 속 사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마치 그 말들이 오래전부터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삶에서 겪게 될 모든 일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날 거예요.”
그 말이 다가올 때, 문득 나의 마케팅 업무들이 떠올랐다.
올린 콘텐츠의 반응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때, 수치를 쳐다보며 한참을 멍하니 있는 순간들. 돌린 광고가 예상만큼 전환되지 않을 때, 매체와 소재, 타겟을 분석하며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는 자책으로 이어지는 루틴. 기획한 이벤트가 기대만큼 모객되지 않을 때, ‘내 감이 틀렸나’, ‘내가 빠뜨린 게 있었나’ 하며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지나고 나면, 결국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단순한 사실 앞에 선다. 마케터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성과가 아니라, 지나간 성과를 해석해낼 수 있는 힘, 그리고 다음을 향해 다시 걸어갈 수 있는 꾸준함이다.
“받아들여야 해요.”
단순한 말이지만, 그게 진짜 어려운 일이다. 받아들인다는 건 멈춘다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 나가는 것이니까.
우리는 종종 삶을 ‘잘 살아야만 하는 것’으로 여긴다. 성공적인 마케터가 되어야 하고, 인정받는 동료가 되어야 하고, SNS에서도 그럴듯해야 한다.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 시작하면, 나는 점점 ‘내 삶’에서 멀어진다. 나 아닌 누군가의 기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상태.
그럴수록 문득 문득 의문이 든다.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이 삶은 정말 내가 원했던 건가?’
그러니 자주 나 자신에게 되묻는다.
이 일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는가. 이 과정 안에서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모든 질문 앞에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기억하려 한다.
삶은 단순한 원형도,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 직선도 아니다.
조금씩 겹쳐지고 반복되는 나선형이다. 그 안에서 내가 했던 일들, 실패했던 프로젝트, 미뤄뒀던 아이디어들이 어느 날 새로운 기회가 되어 되돌아온다. 무심코 흘려보낸 것들이 전부, 다음의 나를 위한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은 오래 걸릴 거고, 그건 당연하다.
“계속 꾸준히만 하시면 돼요.”
그 말처럼, 실패를 견디고, 혼란을 지나고, 꾸준히 나를 살아내는 일.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실천이다.
성공이 아니라, 깨달음이 목적이라면 실패는 더 이상 부끄러운 결과가 아니라 다음 장면을 위한 경험일 뿐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모든 과정이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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