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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ro(레트로) 앱이 지향하는 도파민 없는 SNS란

프로덕트 마켓 핏보다 중요한 건, 프로덕트 파운더 핏이 아닐까.

by 태완


레트로 1.jpg 출처 : BZCF 유튜브


Retro 앱이 지향하는 SNS


1/ 자신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진심인 창업가를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 문제를 풀고자할까? 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어떻게 풀어나가고자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 Nathan이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그가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정의하고, 그걸 제품이라는 형태로 구현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더해, 단지 멋진 ‘비전’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 다시 말해 ‘마진’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돈을 벌지 못하면 세상에 오래 머무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AI 안 하면 바보 되는 거 아냐?” 하는 불안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나 역시 Google I/O 발표, Claude 4, Codex 출시 같은 소식들을 보며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나는 이 흐름 속에서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같은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로 나아가는 제품이 하나 있다.


바로 Retro다.


“우리는 주목(Attention)을 붙잡는 대신, 당신의 시간을 돌려드립니다.”


이건 단지 멋진 문장이 아니다. Retro라는 제품의 철학, 만드는 방식, 그리고 돈을 버는 방법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중심 원칙이다. 이외에도 팀 내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철학과 원칙이 인상깊어서 정리해보았다.


1) 비전만큼 중요한 건, 하지 않을 것을 정하는 일이다


Retro 팀은 제품을 만들기 전, ‘우리가 절대 하지 않을 일’을 먼저 정리했다.


- 사용자의 주의를 끄는 트릭을 쓰지 않는다

- 원치 않는 사람에게 콘텐츠가 흘러가지 않도록 한다

- 오래 머물게 하려고 피드를 왜곡하지 않는다


이 원칙은 단순한 방향 제시가 아니다. 기획, 디자인, 개발, 요금 정책까지—모든 결정에 영향을 준다. 그 기준은 하나. “사용자가 이걸 믿을 수 있는가?”


결국, 가장 강력한 리텐션 전략은 사용자를 속이지 않는 것, 그리고 신뢰를 쌓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2) 돈을 어디서 벌 것인가, 그 선택이 모든 걸 결정한다


Nathan은 말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한 수익 구조가 아니라,
팀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정하는 인센티브예요.”


Retro는 광고 기반 모델을 과감히 포기하고, 유료 구독 모델을 택했다. 이건 단지 돈을 버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집중하겠다”는 명확한 선언이다.


광고 모델은 사용자의 ‘시간’을 최대한 오래 붙잡으려 하지만, 구독 모델은 오히려 그 반대다. 짧더라도, 깊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 차이가 결국 제품의 방향을 바꾼다.


3) 열정을 중심으로 일의 순서를 바꾼다


Retro 팀은 일을 ‘지시’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이 중에서 네가 가장 열정 느끼는 건 뭐야?”


그 질문에 따라 각자의 작업 우선순위가 바뀐다. 겉으로 보기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몰입에서 나오는 속도는, 작은 팀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4) 단순히 시장을 쫓지 않는다, 문제를 믿는다


Nathan이 말하는 진짜 용기는 트렌드를 거스르는 힘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를 붙잡아야 해요.”


AI, Web3, 크립토 등 수많은 흐름 속에서 Retro가 붙잡고 있는 문제는 단 하나. “친구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 문제는 5년 뒤, 10년 뒤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Retro는 짧은 유행이 아니라, 시간에 남을 문제에 집중하는 팀이다.


5) 조직 문화도 하나의 제품이다


Nathan이 말하는 조직은 따뜻하다.


첫 6명은 모두 이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

능력뿐 아니라, 서로의 성품을 믿는다

원격 환경에서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사람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써요.
그렇다면 좋은 제품만큼,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것도 큰 임팩트 아닐까요?”


Retro 이야기를 듣고 나서,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됐다.


“나는 지금, 트렌드를 좇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정말 풀고 싶은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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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아티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만든 PM이 새로운 SNS를 만든 이유

도파민 없는 SNS (레트로 창업자 풀인터뷰)

"돈"이 최고인 한국에서 "찐친"을 위한 SNS가 성공할 수 있을까? (ft. Retro 레트로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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