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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Mar 14. 2024

그림 찾기를 해볼까!  런던 (8)

Thaddaeus Ropac,  David Zwirne

2023년 10월 21일


딸이 런던에서 일을 시작하고 첫 번째 주말이다. 이번 주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다녀오려고 기차예매까지 했으나 아무래도 무리한 일정이라고 생각되어 취소했다. 딸은 다음 주 월요일, 화요일까지 휴가를 내었다고 문제없다고 했지만 일을 시작하고 적응하는 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지난주 일을 시작하고 한 주만에 이틀 휴가를 내었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주말에 스코틀랜드에 폭우가 예보되어 기차가 취소될 수 있다고 하니 스코들랜드 에든버러 미술관은 언젠가 다른 날을 기약해 본다.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나 천천히 지하철을 타고 피카달리 서커스 역에서 내리니 역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개찰구로 나가는 줄이 끝이 없다. 아무리 주말이라고 해도 이상한 느낌이다. 지하철 계단으로 나오는데 출구에 분홍색 연기가 보인다. 밖으로 나오니 피카달리 서커스 광장에 집회가 열리고 빨간 연기 사이로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고 있다. 나는 딸의 손을 잡고 '최루탄인가 봐! '하고 뛰었다. 딸은 웃으며 '최루탄이 아니고 축구 경기할 때 쓰는 폭죽이야! 하며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킨다.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외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 중간에 부모의 손을 잡고 나선 어린아이들 모습이 보여 마음이 아프다. 전쟁 없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에는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없는 그런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피카달리 로드를 걸어 화려한 리츠 호텔 The Ritz London을 지나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도버 스트리트 Dover St으로 들어가니 곧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Thaddaeus Ropac가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런던에 있는 주요 갤러리들을 돌아보고자 했는데 기쁘다.


코로나가 끝을 보이던 2021년 가을, 서울에서 열린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개관 전시에서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작품을 보았다. 런던,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는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 개관소식에 이어 오늘까지 서울에 글래드 스톤, 화이트 큐브, 페이스갤러리, 리만머핀 등 메가 갤러리의 오픈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는 내게는 더없는 행복이다. 더구나 런던에서 갤러리를 내 눈으로 담을 수 있다니 꿈을 꾸는 듯하다.


오늘의  전시는 Daniel Richter의 'Stupor'!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는 추상적이고 강렬한 색채의 형태를 대중문화와 결합하여 특별한 초현실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독일 작가이다.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빨간색의 오일 페인팅은 강렬하다.

아름다운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의 또 다른 방에서 게오르그 바젤리츠를 만난다.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보았던 바젤리츠의 작품과 그의 대표작 거꾸로 서 있는 사람이다.

Georg Baselitz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Thaddaeus Ropac'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서 나와 멋진 가구점을 지나며  David Zwirner 갤러리에 도착했다. 1964년생 중국의 화가 리우 예 'Liu Ye'의 'Naive and Sentimental Painting'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문화혁명 세대이지만 유럽에서 공부하고 동시대 화가와는 다르게 정치적 의미를 보이지 않는 Liu Ye 작가의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갤러리에서 나와 딸과 조용한 거리를 걷는다. 23번 버스를 타고 피카달리 서커스와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 코톨드 갤러리에서 내려 지난번 코톨드 갤러리에 왔을 때 들렀던 작은 빵집 옆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Toklas'라는 회색 콘크리트 건물 안에 초록의 식물들이 가득한 테라스에서 리코타 치즈 라비올리, 구운 야채와 샐러드로 최고의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서머셋 하우스를 둘러보고 사보이호텔을 지나 다시 트라팔가 광장 앞으로 그리고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교회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예매한 모차르트 공연을 보기 위해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교회에 들어서니 1인당 28파운드로 가운데 열, 앞자리 최고의 자리에서 챔버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들을 수 있다.

1시간 10여분 세인트 마틴 챔버 오케스트라와 세인트 마틴 합창단, 중창단이 들려주는 천상의 하모니에 행복했다. 젊고 아름다운 지휘자 Olivia Tait의  Church Sonata NO.12와 Eine Kleine Nachtmusik, K.525 오케스트라 연주도 인상적이었지만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프라노 Natalie Houlston이 들려주는 독창곡 'Laudate Dominum, K 339 선율이 교회에 울려 퍼질 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하늘의 천사가 세상으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선물로 음악을 전해주었다는, 실수로 잠시 세상으로 내려온 천사, 모차르트의 음악이 오늘 교회 안의 모든 이에게 사랑과 위로를 전해준다.


템즈강으로 걸어 런던의 랜드마크 빅벤을 지나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넌다. 강에 비치는 불빛이 일렁인다. 멀리 보라색 런던 아이가 반짝인다. 바람이 차다. 천사의 노래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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