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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May 20. 2020

외국인 남편에겐 라면은 소울푸드가 아니다

인스턴트, 그 이상의 맛 

평소 먹는 것에 대해 탈이 많았던 내 식습관 


남들보다 '기름'있는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먹기 싫은걸 억지로 먹었을 때 혹은 뭔가 조합이 맞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등등 다른 사람들보다 내 장은 남들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정말 민감한 녀석이다. 

사실 뭔가 음식 조합이 맞지 않는다는 건 입으로 들어가기 전에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먹고자 하는 본능이 세서 무시하고 먹다가 나중에 된통 후회하는 무식한 짓은 서른다섯이 먹어도 똑같다. 그래서일까 삼겹살이나 맥주 한잔을 먹은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반나절 이후엔 여드름이 나를 찾아오고 이런 음식으로 인해 잦은 배앓이 등등을 지긋지긋하게 했다. 이런 날 보아온 남편은 더 이상은 보기 힘들다며 이제부터 

식습관을 함께 바꾸자고, 일방적으로 선언을 했다. 



"이제 라면은 니 인생에서 아웃이야"

근데 말이지 타향살이 꽤 오래한 내 자신에 대해 알게된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다. 

끊을 수 없는 이 3개의 성역 같은 존재들: 


1. 믹스커피

2. 한국 라면 

3. 떡볶이 


그나마 믹스커피는 어떻게 저렇게 참을만한데, 정말! 라면과 떡볶이는 대체할 것도 없다. 게다가 떡볶이는 밀도 아니고 몸에 좋은 떡이 아닌가? 라면이 인스턴트식품이라고 갑자기 싸잡아서 떡볶이도 피해야 할 음식으로 묶이는 꼴을 볼 수 없었다. 그저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그저 건강하지 않은, 내 얼굴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설사와 구토를 반복하는 그런 음식들만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한다. 


라면이 그렇게 좋으면 라면 수프를 만들어 먹으라는 이야기는 나온 지 오래다.

아니 내가 만족할만한 라면수프를 스스로 만들어 먹으면 그 레시피 농심에다가 팔고도 남았지 이러고 있겠냐고! 설마 고추장이나 된장 따위 베이스에 참기름 몇 방울로 라면 수프 맛을 대체할 거라 착각한 건 아니지?라고 묻고 싶었다. 타향살이의 슬픔과 애환을 면발 한 젓가락으로 싹 잊을 수 있는 그런 소울푸드를 내 외국인 남편은 모를 것이다. 


이젠 몸을 챙겨야 할 때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주 2회 먹던 라면을 10일에 1번으로 줄여 내 영혼을 달래주고 있다. 그리고 인스턴트에 죄책감을 덜 느끼고자 야채, 새우도 넣고 단무지가 비싼 관계로 치킨무를 담가 반찬으로 먹는 정성도 들이고 있다. 


아.. 근데

확실한 건, 스위스에서나 이렇게 라면을 챙겨 먹지 한국 휴일에 놀러 가면, 집에 라면이 종류별로 그리고 신상별로 있어도 쳐다도 안 본다. 하지만 곧 집에 가는 귀국행 캐리어엔 [사리곰탕] 그리고 [진 짬뽕]을 반드시 4+1 패키지로 꼭 채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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