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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콜리 Jul 14. 2020

알아듣지도 못하는 필라테스 수업시간이 즐거워진 이유

매주 월요일 10시

자전거 페달을 조금 빠르게 밟으면 10분 내외로 도착하는 피트니스센터 벌써 올해로 3년 차 나는 이곳을 꾸준히 숙제하듯이 다니고 있다. 운동기구는 거의 손에 셀만큼 사용을 안 하지만 대신 일주일 내내 시간표가 만들어진 각종 프로그램들을 무제한으로 수강할 수가 있다. 그중 나는 코어운동이 필요해  [필라테스]를 듣고 있다. 

필라테스 경우 요일마다 여러 선생님이 있지만 나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온갖 농담을 던지며 모든 수강생이 적어도 한 번은 웃음 짓게 만드는 R 선생님의 수업을 꽤 좋아한다. 


취리히 같은 대도시나 나가야지 필라테스 수업을 [표준 독일어]나 혹은 [영어]로 해주는 특전을 얻지 내가 사는데서는 무조건 100% 스위스 독일어다.  가끔 정말 초보선생님들이 내가 있는걸 보고 친절하게 <독일어>로 조금 해주지만, 그거 딱 10분용이다. 아무튼간 ! 그래서 여기서 필라테스 할라면 몸이 힘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걸 봐야 해서 내 눈이 참 바빴다. 특히 디테일하게 말하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니 선생님이 오셔서 나를 많이 교정해주셨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데 한계가 만만치 않더라 ! 


어쨌든 나에게 필라테스는, 유일하게 스위스 독일어를 집중해서 알아차려야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주 초반엔 필라테스 대신에 요가를 했는데, 아......... 내가 요가를 그만둔 이유가..... 아...... 설명이 너무  어려워서였다. 심지어 요가는 대부분 바닥에 앉은 상태에(이 경우 선생님을 보기가 어렵다) 집중해야 한다며, 눈도 감으라는데!!!! 선생님의 '말'로만 내가 따라 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보자면 요가 설명이 보통 이렇다  "우주의 힘을 여러분의 귀 끝에 싣고 자 이제 요가를 시작합니다. 맑아진 여러분의 머리 후두는 마치 강력한 자석에 끌려가듯이 주욱~ 올라가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집니다..." 당최 이게 알아듣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평일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필라테스 수업엔 대략 20명 정도의 수강생들이 있다. 직장인들이나 아기 엄마들은 10시가 애매해서 일까 - 오전 9시, 온몸을 흔들어 재껴 세상 스트레스 다 없애버릴 것만 같은 줌바(Zumba) 프로그램을 듣고 오늘 하루도 잘 견대내보자 하는 대 만족 얼굴로 나가는 엄마부대들의 눈빛은 강하다. 찌릿 - 


그리고 내가 듣는 10시,  필라테스는 평균 50대 초반의 자기 관리 끝장나게 하는 아줌마들이 가득하다. 팔뚝  안쪽 살이 아주 탱탱하며,  똥배 같은 건 흔적도 안 보이는 그런 분들. 한두 명만 그러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무슨 이 사람들이 운동만 하고 살았나 그 인원중 내가 제일 어린측에 속하는데도 몸매는 내가 제일 꽝이다. 


아무튼 간 나를 포함해 다들 몇 년 동안 같은 시간에 수업 들은 지 꽤 됐지만 원래 친구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일절의 소통은 없는 편이다. 처음엔 나만 까만 머리 외국인이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그냥 여기가 그런 거였다. 이런 분위기는 어학원에서도 똑같았고, 다른 수업하는 곳에서도 비슷했었다. 아무튼 간  이와 중에도 이 필라테스 수업이 즐거운 이유는 그 고상 시런 아줌마 사이에 있는 3명의 입 담꾼 팀과 그리고 R선생님과 수업 도중에 툭툭 나오는 야한 농담이 요즘 들리기 시작하면서 (이해됨)부터이다. 내가 올해부터 스위스 독일어로 된 라디오를 열심히 들은 게 이제 효과를 보나? 가끔 독일어와 비슷한 단어들이 툭툭 나오긴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테마에 모르는 타인이 말하는 스위스 독일어를 이해할 확률은 정말 희박하다.  수업이 월요일 아침이다 보니 농담의 시작은 항상 '어제 남편이랑 보드카를 한잔했더니..'로 시작하곤 한다. R선생님은 40대 후반의 남미 출신인데 그 주말에 보트카 마시는 낙으로 스위스에 산다고 종종 농을 던진다. 남미 사람들의 특유의 쾌활함! 게다가 스위스 독일어를 적당선에서 잘 쳐내는 거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라테스도, 그리고 스위스 독일어도  그냥 꾸준히 잊히지 않을 정도로만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프로 입담꾼 멤버로 끼고 싶은 야망을 가져본다.. ㅋㅋㅋㅋㅋ 잘할 자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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