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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Mar 03. 2024

첫째의 입학을 앞두고. 학부모가 되는 마음.

바야흐로 3월이다. 긴 겨울도 조금씩 제 흔적을 지워가는 중이다. 그 자리를 매화와 목련의 꽃망울이 채워가고 있다. 진정 봄의 시작이다. 어제까지 그렇게 꽃샘추위가 휘몰아치더니, 오늘은 거짓말처럼 햇살 따스한 하루였다.


3월 1일이 공휴일이다 보니 대체로 새 학기의 시작은 3월 2일이었는데, 이번에는 1일이 금요일일인 덕분에 3월을 3일이나 보내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 밤은 내일 새롭게 만날 아이들 생각에 설레고 두근거려 잠을 못 이뤘을 것이다. 잠시 다시 쉬어가게 되면서 새 학기의 설렘은 사라졌지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떨림에 또 잠 못 이루는 밤이다.


내일이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생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순간순간 많은 애를 쓰고 살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는 언제나 조금의 후회와 아쉬움이 깃든다. 돌아간다 해도 더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더 잘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자꾸 밀려든다. 이런 게 어쩔 수 없는 엄마 마음인가 보다. 충분히 함께 했고 충실히 사랑했지만, 아가였을 때만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영역을 더 많이 채워주지 못한 것 같은 이 아쉬움.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걱정이 많은 첫째는 초등학교에 간다는 것에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엄마, 초등학교 선생님이 너무 무서우면 어쩌지?”, “친구들이 나 공부 못한다고 놀리면 어떡하지?”, “내가 안 혼나도 친구들이 혼나는 것만 봐도 무서울 것 같아.“, ”선생님 말이 잘 이해가 안 되면 어떻게 해?“, ”나 아직 교실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못 찾아가면 어떻게 해?“, ”나 학교 마칠 때 엄마가 맨날 데리러 올 거지? “ 그동안 걱정의 홍수에 휩쓸리기 직전인 첫째와 자주 대화하며 때론 대수롭지 않은 답을, 때론 깊은 공감의 답을 해주었다. 나름대로는 아이의 불안을 낮추려고 노력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오늘 잠자리에 드는 아이를 깊이 안아주며 이야기했다.

“사랑아, 이제 진짜 초등학생이네. 이렇게 잘 커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는 사랑이가 너무 대견해. 우리 초등학교 가서도 잘해보자.”

“응. 엄마, 엄마가 도와줘! 근데 엄마, 일 년이 너무 빠르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게 아쉬워.”

“그렇지?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도 금세 지나가버릴 거야. 재밌게 보내자. 덜 아쉽게.”

“응, 엄마. 잘 자. 내일 만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다는 건, 내가 초등학생 학부모가 된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아이가 생의 관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나도 새로운 관문을 하나씩 통과하고 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는 참 많은 관문이 있다. 예상한 관문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관문도 있다. 때론 훌쩍 뛰어넘을 만큼 만만한 높이이기도 하고 때론 주저앉아 한없이 기다려야 할 만큼 높고 거대한 높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떤 문은 아이가 앞장서고 어떤 문은 내가 앞장서며 함께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의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아이가 생의 문을 넘어서는 모든 순간에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기적처럼 감사히 여기며, 내일도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교문을 넘을 것이다. 나의 손을 놓고 교실에 들어설 아이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꼭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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