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씨네가족 Jul 03. 2023

결혼 이후 필수템, 스위치

누구에게나 결혼은 처음이다. 물론 2-3번 한 사람도 있지만 2-3번 이전에 분명 처음인 순간이 있다. 그래서 결혼은 어렵다. 누구에게 배울 수도 없고 그저 매 순간 새로운 상황에서 부딪혀가면서 배워야 한다. 나 역시 결혼은 처음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처음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혼생활이란 것이 나의 '죽음'이 다가오기 전까진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한 번으로 끝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만큼 예측 불가능하고 어떻게 변하게 될지 어려운 게 결혼생활이다.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자 확장판일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을 예측할 수 없듯이 결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측 불가능한 결혼생활을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해 줄 수 있는 필수 아이템이 있으면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 봤다. 아니 지금도 잘 못하지만 그래도 이게 있으면 조금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건 바로, 스위치다!!!!

아니 집집마다 스위치가 없는 집이 없는데 무슨 소리?

그렇다. 집집마다 있는 그리고 하루에도 여러 번 껐다가 키는 그 스위치다.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요소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특히 남자에 있어서는(여자도 마찬가지다.) 이 스위치가 필수적이다. 특별히 남자들은 일에 잘 빠져있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일을 집에서까지 가져온다. 일을 집에서 하진 않더라도 머릿속은 직장의 일들로 가득 차 있다. 본인이 사업을 하거나 프리랜서 같은 경우는 더 심하다. 일과 삶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남자들의 경우 머릿속이 일들로 꽉 차 있다. 그래서 아내의 대화나 아이들의 여러 가지 행동에 진지하게 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렇다. 그 다른 생각이 혹시나 다른 여자라면 치명적이겠지만...(오히려 이 경우는 티를 안내기 위해서 더 잘하는 경우도 있다. 혹시 너무 잘한다면 이걸 의심??) 대부분은 머릿속이 일들로 꽉 차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스위치 온, 오프 하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더 이상 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 이게 쉬워 보이는데 정말 어렵다. 그래서 이걸 잘해야 한다. 집안의 일을 직장에서까지 고민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대부분은 그 반대다. 그러니 그냥 집에 오면 직장에서의 일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도록 스위치를 강제 오프 해야 한다.

프리랜서나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는 조금 더 어렵다. 일과 일상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고 일은 안 하더라도 그 생각과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혹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주말이나 아내와 아이들과 있는 경우에도 떠오르기 때문에 그 생각을 없애기가 어렵다. 그런 경우는 그저 간단하게 메모를 해놓거나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잊어버리기에 아까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메모에 적어놓고 일하는 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아내와 아이들과 있을 때는 일에 대한 스위치를 꺼야 한다. 이게 맞다. 이게 일도 잘할 수 있고 가정생활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일에 푹 빠져있다간 가정도 잃고 일도 잃게 된다.

그런데 이걸 직접 가르쳐 줄순 없다. 직접 경험해봐야 하고 스위치를 온, 오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꽤나 노력을 많이 기울여도 여러 번 실패한다는 걸 경험하게 된다. 그럴지라도 지속적으로 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스위치 온, 오프를 일상과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훈련하다 보면 오히려 일도 더 잘하게 되고 사람들 관계도 더 좋아지게 되고 가정생활도 더 안정적으로 변하는 걸 경험하게 된다.

인간은 일만 하면서 살 순 없다. 그리고 특히 결혼 이후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일도 잘해야 하고 아내와도 잘 지내야 하고 아이들하고도 잘 지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도 잘 챙겨야 한다. 그러니 결혼 전 자기 자신만 챙겼다면 이제 챙겨야 할게 꽤나 많아진 것이다. 그런데 반면에 잘 챙겨주면 그 잘 챙겨준 덕분에 결국 나도 풍성해진다. 그러니 적절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잘 분배하여 모드 변환을 잘해야 한다. 스위치 온, 오프만 잘해도 꽤나 괜찮은 일상과 일과의 경계에서의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낼 수 있다.

keyword

김씨네가족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아이 셋,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씁니다.

구독자 542

매거진의 이전글 가정과 일 무엇을 선택해야할까? 프라이빗한 수영장이 딸린 집에 살면 어떨까?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