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씨네가족 Dec 28. 2019

유혹 10, 도박(인생 한방이야!!)

도박으로 어학연수비와 생활비를 번다고?

정말 인생 한방일까? 이 말은 도대체 누가 지어냈을까?


 분명 우리 주변에는 우연히 또는 정말 운이 좋게 인생이 갑자기 잘 풀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사는데도 불구하고 인생이 계속 꼬이는 것도 종종 본다. 크게 극단의 2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생은 잘되기도 하고 잘 안되기도 하는 걸 반복하는 것 같다.





 내가 도박을 가장 재밌게 했던 기억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버스 안에서다. 제일 뒷자리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카드게임을 했는데, 버스에서 시작된 도박은 수학여행기간 전체를 이 카드게임에 올인하게 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고등학생 친구들이 도박을 해봤자 얼마나 큰돈이 있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 생각이 맞다. 우리는 큰돈은 없었다. 고작해야 3-4만 원 정도 자신의 돈이 있었고, 많이 따는 아이들은 10만 원 이상의 큰 거금을 손에 쥐기도 했다. 낮에는 수업을 하고 저녁에는 야자(야간 자율학습으로 불리는데, 야간 강제학습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를 했었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이 카드 게임은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넘쳐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대학생 시절 영어공부와 인생 경험(?)을 위해서 호주에 잠깐 갔었다. 호주에서 2번째로 유명한 도시인 멜버른이라는 도시에서 나는 지냈다. 이곳이 카지노로 유명한 곳인데 정말 신세계를 처음 본 순간이었다. 내가 렌트로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한국에서 전문 도박을 하는 분들이 가끔 머물기도 했다. 당연히 숙소에서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에서 도박을 1-2달의 기간 동안 하는 것이었다. 그분은 낮에는 자고 저녁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분은 도박이 주업이었고 이 도박을 통해서 수익을 내는 신기한 전문가였다.




도박으로 어학연수비와 생활비를 번다고?


 또 한 명의 수익을 꾸준히 내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형도 나랑 똑같은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왔었다. 나랑 차이점이 있었는데, 그분은 카지노에서 도박을 통해서 일을 했고, 그 수익을 가지고 영어를 배우는 정말 신기한 상황을 옆에서 정확히 볼 수 있었다. 나는 PC방, 레스토랑 등에서 15불 정도 되는 아르바이트비를 받고 일했었다. 그렇게 생활비를 벌고 일부 남는 돈으로 학원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영어를 체득했다.

 그 형은 학생 치고는 자본금이 조금 있었는데, 큰 금액은 아니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10,000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카지노에 보면 숫자를 맞추면 그 맞춘 금액의 36배 정도 되는 수익을 주는 게임이 있다. 그 게임에 있는 숫자에 검은색과 빨간색 숫자가 있는데, 그 색깔에 베팅해도 된다. 해당 색깔이 나오면 배팅한 금액의 2배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여기저기 숫자에 흩어서 배팅시킨다. 그런데 이 형은 오직 색깔에만 2배에 해당하도록 배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런 방식이었다. 그동안의 결과치를 본다. 그럼 빨간색-빨간색-빨간색-검은색-검은색-빨간색 이런 식의 결과가 있다. 기다렸다가 그다음 베팅을 동일한 색깔로 지속적으로 배수로 늘려가면서 배팅한다.

 빨간색에 50불, 그리고 실패하면 그다음에는 빨간색에 100불, 실패하면 그다음에는 200불, 그다음은 400불, 그다음에는 800불, 그다음은 1600불.

 10,000불을 가지고 있으면서 목표금액은 한판에 50불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2-3시간씩 동일하게 카지노에서 학원비랑 생활비를 벌었던 그 형이 생각난다. 내가 멜 벌을 떠나기 전까지는 이 형이 돈을 잃지는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도박으로 농장에서 번 돈을 모두 날려버린 친구..


 처음 소개한 사람은 도박이 직업인 전문가였고, 두 번째는 학생 신분에 꽤 큰 자본금을 가지고 최소한의 수익을 내는 알바형 전문가였다. 그리고 세 번째 소개할 사람이 있는데, 이 친구는 나의 대학 동기다.


 그도 영어가 필요했던지라 호주로 무작정 왔는데, 호주에 도착했을 때 영어가 너무 안되어서 농장으로 들어갔다. 농장에서는 사실 영어를 한다기보다는 땡볕에서 노동만 죽으라고 한다. 그래도 돈은 많이 번다. 이 친구가 호주에서 영어공부는 포기하고 열심히 돈을 벌어 나머지 몇 달을 필리핀에 가서 번 돈을 열심히 탕진하기 위한 목표를 두고 돈을 모았다. 그렇게 10개월 정도 돈을 모았는데, 이 친구가 멜버른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멜버른에 있는 카지노에 몇 번 놀러 가더니 그동안 모은 10개월치의 돈을 모두 날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필리핀의 계획은 무산되고 그동안 모아놓았던 돈도 다 날리고 영어는 하나도 늘지 않고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 친구가 느꼈을 허망함이 얼마나 컸을까?.... 그 친구는 무덤덤하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한탕주의의 참혹한 결과를 눈앞에서 목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왜 도박에 짜릿한 흥미를 느낄까? 특히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욱더 도박에 빠져드는 건 왜일까?

주말에 지하철 4 호석 경마공원에 몰려드는 아저씨들의 열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무언가 큰 그림자에 홀려서 끌려가는 듯한 그들의 눈동자가 나의 뇌리 깊숙한 곳에 박혀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나한테도 종종 발견되는 걸 본다. 나는 큰돈은 아니지만 여행을 하면 재미 삼아 카지노에서 배팅을 해본다. 거의 완패지만 가끔 본전도 있고 조금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몇 번 로또를 사본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로또를 살 거면, 삼성전자나 구글, 애플 등의 주식을 매입하는 게 낫다고 말하고 다녔던 게 나의 현실이다. 이성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로또를 바라보지만, 무언가 될 것 같다는 허황된 꿈이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적지 않은 돈을 헛된 종이에 지불하게 만든다. 차리리 로또보다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 나에게 더 큰 영감과 인사이트를 줄텐데 말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난 것은, 카지노든,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부동산이든, 사람이든, 지식이든, 자기 관리든, 그게 무엇이 되었던지 사람은 알지 못하는 미래가 희망으로 바뀌길 원한다. 그 희망의 미래를 가장 빨리 맛보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 본성에 가장 가까운 행동이 도박인 것이다.


도박이라는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사람의 본성이 가장 빠르고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과연 누가 그 강력한 힘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까?



이전 10화 유혹 9, 자살이 극단적 선택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