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가잔 말이다!
어제 너무 과음했다.
미안해 봉구야. 오늘은 도저히 못나가겠어.
원래 매주 목요일은 늦게 출근하는 날이라
꼭 오전에 나가서 한 두시간 정도 봉구와 긴 산책을 다녀온다.
올림픽공원역에서 출발해서 몽촌토성 능선까지가 우리의 코스.
처음 나가면 봉구는 정말 적토마처럼 달려간다.
평지도 언덕길이고, 이 세상 끝까지 달려갈 기세로 달려간다.
그렇게 봉구의 파워에 개주인도 미친듯이 달려(혹은 끌려)가게되고,
그렇게 목줄을 부여잡고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개의 뒤꽁무니를 따라 뛰는 다른 개주인들을
공원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한 두시간 돌고 났을 때 봉구 얼굴을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헤헤 웃고있다.
산책이 그렇게도 좋으니?
요녀석아.
아무튼 오늘은 도저히 못가겠어 봉구야. 미안해.
숙취에 병든 닭처럼 쇼파에 앉아 있는데.
이 녀석.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문 앞에서 시위.
창문 앞에서 시위.
껌을 줘도, 그 좋아하는 오리고기로 달래봐도.
먹을 때만 조용하지 낑낑거린다.
그렇게 10분을 울었나?
갑자기 뚝 그쳤다.
뭘하나 했더니,
창문앞에서 조용히 서서 애처롭게 내다보고있더라.
하이구 ㅜ 저 귀여운 궁댕이를 어쩌면 좋지.
봉구야 미안해.
주말에는 꼭 산책 시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