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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을 채우며 나를 돌아보는 일

길을 잃은 것 같을 땐 신청서를 써봅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IKEA에서


어제 점심 먹을 겸 한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이케아에 갔다가 밥을 다 먹고 그 자리 그대로 앉아 한 시간 넘게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다.


신청서를 써야 해서 모바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길어진 까닭인데, 한 정거장 차이니 숙소 되돌아가서 노트북으로 쓰면 훨씬 편하고 나도 내가 어떤 말을 쓰고 있고 또 쓰고 싶은지 좀 더 정리하기가 좋았겠지만 흐름을 깨기보다 마음먹었을 때 바로 하는 쪽을 선택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것을 나눌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이 있었고 단순히 글을 매끄럽게, 잘 읽히게, 쓰는 것보다 조금 서투른 글솜씨여도 최대한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쓰고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느라 오래 걸렸다.


이런 신청서, 지원서 등을 적고 나면 평소 내가 '나에 대해 알고 있다' 자신하던 것이 좀 부끄럽게 느껴진다. 내 마음을, 상태를 들여다보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달팽이 라이프 시즌 5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하려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나 계획 등을 이야기하는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자연스레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의 뾰족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목표, 방향, 내 행동이 일치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동일한지, 나는 그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끔 하고 있는지 등.


평소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는 많은 것들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일치해서였을까 아니면 단순히 재미있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였을까.


프로그램 지원서, 그 외 신청서 등에 선택하고 칸을 채우는 과정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게 좋다.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가진 생각과 가치관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걸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말이 되지 않는 모순과 오류를 마주하며 '이게 진짜 내 마음인지' 탐색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안서를 써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영역과 나의 역량, 그리고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데에 많은 힌트가 되어 주지 않을까. 고로 하반기에는 내가 먼저 제안서를 써보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뚜렷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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