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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ra Aug 30. 2019

23 : 괜찮을까?

연애 에세이 : 결혼을 할거라면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23. 괜찮을까?    

연애 에세이 : 결혼을 할거라면



           

 조그마한 내 작은 방. 어두웠던 방이 은은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머리맡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전날보다 가까워졌다. 기분 좋은 흐름이 둥실둥실. 미소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몸이 가벼워졌다. 떠 있었다. 분명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행복한 말 한마디에 붕 떠오르는 순간의 모습이란 이런 것 일까. 그런데 그것도 잠시,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다 이내 터져버렸다.     


 귓가에 잔잔히 퍼지는 그의 목소리. 밤마다 핸드폰을 귀에 바짝대고 통화했던 우리. 만남을 시작한지 4개월 때 쯤이었나 그는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누가 결혼 한데’ ‘주변에 결혼 안 하냐고 자꾸 그러네’와 같은. 한두 번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반복되는 말에 그의 마음을 읽어버렸다.     


 “오빠, 나랑 결혼하고 싶어?”

 “...어! 그러면 안 되냐?”     


 나의 갑작스러운 반격에 그는 당황한 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직접적으로 말하기 보다 돌려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그.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는 말에 내가 돌직구를 날렸다. ‘어!’라고 하는 그의 답변에 순간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 같았다. 그러다 잠시, 결혼이란 현실을 떠올리니 낯선 세계가 ‘훅’ 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이내 붕 떠 있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나는 애매해진 기분으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는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나중에 정리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듣고 싶었다. 결혼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 하고 싶은 마음뿐이더라도 나와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나로선 아직 그에 대한 믿음이 쌓였다가 무너지고 쌓였다가 무너지기를 반복하던 중이었다. 가볍게 던진 말이라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나의 돌직구를 받은 다음부터 그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결혼이란 주제는 나에게 굴러들어왔다. 생각지 않았는데 생각거리가 생겨버렸다. 크게 개의치는 않았지만, 문득문득 떠오르게 했다. 내가 결혼을 해도 괜찮을까? 그와 결혼해도 괜찮을까? 괜찮고 안 괜찮고의 기준을 무엇으로 세울 수 있겠냐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생각이라는 굴레보다는 내 할 일과 그와 연애하는 현재에 눈을 돌리기로 했다.     


 다만, 결혼이란 걸 한다면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데, 살아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하는데 그가 나의 단점까지 감당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그가 나의 어둠까지 무심코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나의 깊은 상처를 털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애와 결혼은 많이 다릅니다.
저는 결혼을 해야한다면 그사람의 깊은 어둠과
그리고 나의 깊은 어둠을 모두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을 하기 위한 여러가지 필요요소들이 있겠지만, 이것만은 꼭 생각해보세요.
 
그사람의 어둠까지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출간된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자아와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랑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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