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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ra Sep 16. 2019

32 : 다짐

연애 에세이 : 걱정의 말을 더 많이 들어서 생긴 습관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32 : 다짐     

연애 에세이 : 걱정의 말을 더 많이 들어서 생긴 습관



 

 여태까지 난 누구에게 무엇인가 할거라는 굳건한 다짐들 또는 결단을 미리 말해본 적이 없다. 괜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누군가는 말을 해놓으면 지키기 위해 그 일을 꼭 한다지만 나는 입에서 그 결심이 세어나가면 부담감의 무게에 짖눌려 버린다. 한 걸음씩 나아가도 자꾸 뒷걸음질했었다. 그리곤 그 결심은 사라져 버렸다. 때문에, 가족에게도 친한 친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루고 나서야 결과를 알려주거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함묵해버렸다. 진행되고 있던 일이 어느샌가 들켰을 땐 방어했다.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라고. 이 모든 게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참으로 못됐었다. 특히나 부모님에겐. 궁금해 하실 수 있는 일인데...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았을 때 말할 수 없을 거라 생각 했다. 그런데 나에게도 말할 수 있는 그라는 사람이 옆에 있게 되니 그 기분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다짐하는 거였다. 처음 내가, 나 자신에게 했던 그 다짐 그대로 그저 그렇게 말하는 것뿐이었다. 흘러나오는 말일뿐이었다. 내가 흔들리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그는 나의 말을 그냥 말로 받아주었다. 하는 일이 잘되면 내 덕을 보겠다는 말의 장난들을 쳤지만, 장난은 장난으로 남고, 그냥 그 말을 그대로 받아주었다. 그는, 하는 건 잘돼가? 그거 언제 끝나? 잘 될 거 같아? 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 차를 타고 가며 얘기했다. 

“내가 글 쓰는 거 부모님 한테 말하지 말아줘.”

“왜?”

“기대감 가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

“기대감 가지는 게 어때서?”

“부담되잖아.”

“생각해보면 자긴 나보다 자유로운 영혼이다. 난 그럴 때 인정받고 싶어지던데 부담스러운 이유가 있어?”

“알다시피 우리 부모님 걱정을 많이 하시는 편이잖아.”

그러자 그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건냈다.

“왜 걱정을 많이 하시는 편일까? 얼마나 못 하는 게 많았으면 걱정하시겠어, 넘어지고 다치고 덜렁대고.”

물론 이 말은 그의 장난이다. 하지만 그 장난 말에 나는 이전에 엄마가 했던 말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생후 1년이 지났을 때였을까. 엄마가 잠깐 나를 챙겨 보지 못한 사이 나는 아장아장 걸어서 계단 쪽으로 갔고, 엄마가 뒤돌아보았을 때, 계단을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 당연히 굴러떨어졌고 엄마는 새 가슴이 되어 뛰어왔다. 다행히 멀쩡했다고 한다. 어떤 날은 내가 테이블 위에서 떨어졌던 날도 있다고 했었다. 그때도 다행히 멀쩡했지만, 엄마의 가슴은 얼마만큼의 무게로 내려앉았을까. 그 후로도 나는 잦은 병치레로 병원을 살다시피 반복하여 다녔다. 연약하게 태어난 나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을 것이고 그렇게 하셨다. 그래서였을까 엄마의 걱정이 다른 딸 가진 엄마들의 걱정보다 앞선다고 느끼게 된 것이. 그 이유였다고 생각하니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 앞으로도 다짐들을 결심들을 그 사람 이외에는 미리 말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러함이 좋은 것은 아닐지언정 나쁜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꽃밭에서 다 함께 키워지는 꽃보다 내 방, 내 창가 언저리 화분 안에 키우는 꽃이 더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기에.                




 누군가 또는 가까운 사람이 다짐하듯 무언가 이야기한다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주세요. 잘되냐고 묻지 말아주세요.
걱정의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불안한 말투를 건내지 말아주세요.
그저 지켜만 봐주세요.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정말 힘들겠지만
그것만큼 가장 큰 응원은 없습니다.

믿어준다는 것은 사람을 성장하게 합니다.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출간된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자아와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랑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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