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heera Sep 25. 2019

38 : 회사로가 회 사로가

연애 에세이 : 평생 함께한다 생각해보면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38 : 회사로가 회 사로가

연애 에세이 : 평생 함께한다 생각해보면
           



 함이 들어오고 한바탕 술판이 벌어졌다. 역시나 그는 술 장군 두 명을 버티지 못했고, 그들은 멀쩡하였지만, 그는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술로 인해 올라온 열을 식히려 내 방으로 들여보냈다. 찬 바람이 들어오도록 창문을 열고 간신히 침대에 눕혔다. 그는 그대로 잠이들었다.     


 우리 집에서 술 한잔 두잔 기울일 때면 항상 이렇다. 우리 아빠와 오빠는 정말이지 술을 잘마신다. 그는 그런 두 술 장군 앞에서 기어코 맞춰 마시려 하기도 했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갈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의 얼굴은 붉은 꽃을 피웠다. 그 뜨거운 온도를 식히러 바람을 쐬러 나가기도 추운 날은 내 방에서 찬 바람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면 어느새 붉은 꽃은 당신 심장으로 식혀 내려갔다.      


 보통 일요일에 술판이 벌어졌기 때문에 그 다음날은 대다수가 반차를 쓰는 날이 되었다. 힘에 겨워 잠에서 깨어나기 힘든 그는 지각을 면치 못했다. 그러곤 회사에 반차를 쓰겠다고 어김없이 선고했다.     

 그래서 이번엔 지각을 면할 수 있도록 그를 침대에 그대로 재우고 깨우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게 하려고. 어차피 부모님도 자고 가라고 한 터였다. 이불을 반쯤 덮어주고 알코올의 징후로 코점막이 잘 붙고, 갈증이 나서 물을 찾을 그를 위해 침대 옆 책상 위에 돌돌이 휴지와 물 한잔을 올려놓은 뒤 나는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새벽 3시 30분쯤이었나 코 푸는 소리와 함께 물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서 방으로 갔고 그는 어젯밤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기분이 좋아 아빠가 꺼낸 상황버섯 주가 그의 뇌를 마비시켰나 보다 생각했다. 상황을 설명해주니 그는 즐겁게 웃었다. 그러더니 집에 가겠다고 했다. 나는 안 된다고 했고 집에 들르면 분명 지각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것 참, 그도 알았다. 미래에 지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국, 다시 잠을 청해 5시 30분쯤 일어나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회사로 가면 안 되겠냐며 내게 물었다. 불안했다. 그 불안함에 나갈 준비를 하는 당신 옆에서 이렇게 반복해 말했다.


 “회사로 가.”

 “회사로 가.”

 “회사로 가.”

 “회사로 가.”

 “회사로 가.”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회 사로 갈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어감이 이상했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아니야 회사로 가라고.”

 “알았어. 회 사로 갈게.”

 “회사로 가.”

 “알았어. 회 사로 간다니까. 우럭이 좋아 광어가 좋아?”


 우린 조용하게 낄낄낄 거리며 웃었다. 한동안 웃은 나는 다시 말했다.


 “판교로 가.”     


 그의 이런 재치는 나를 웃게 한다. 장난치고 놀리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그. 거기에 반응 참 잘하는 나. 가끔은 진심으로 속을 때도 있고 심한 장난에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앞으로 평생 웃을 일을 생각하니 잠깐의 한숨조차 즐거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결혼 전, 생각했어요. 평생 함께 한다면 어떨까.
알 수 없는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웃는일이
많을 거라 생각하니 안심이 되더라구요.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내가 즐겁고자 한다면 분명히 힘든 일도 있어요.
힘든 일이 있다면 분명히 좋은일도 있고요.
절대로 한쪽면만 있진 않아요.
만일 현재, 힘든 일만 보인다면 그건
 '내'가 '한 쪽면'만 바라봐서 그 쪽만 보이는것 뿐이에요.
고개를 돌려 보세요.

겉으로하는 억지 말고 내면으로 하는 진심으로요.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출간된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자아와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랑에세이

 서평 보기        


작가의 이전글 37 : 물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