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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에충 May 03. 2024

삶의 에너지를 충전 하다

23년 설악 그란폰도의 여운 3

마지막 3부 입니다. 글을 처음에 쓰면서 이렇게 시리즈 아닌 시리즈가 될줄은 몰랐네요.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거 뭐 잠이 오질 않네요.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 ~~ 새벽4시에 일어났습니다. 

짐을 챙기고 차에 자전거를 싣고 조금이라도 빨리 상남에 도착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저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가는길에 나름 빨리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 이거뭐 가는길에 만나는 설악그란행 차들이 즐비하게 보였습니다. 이거 장난아니네 ?  하며 나름 속도를 내며 내달렸지요.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오미재 터널앞. 


차들이 즐비하게 일렬로 멈춰있고 종종 걸음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지요. 

정말 국내 제일 큰 행사라는걸 느꼇습니다. 

작년부터 저수령, 가평, 지리산, 어라운드태백, 화천DMZ, 양구 등을 다녀봤는데 이렇게까지 막힌적은 없었던것 같았어요. 


시간이 흘러 터널을 지나면서 원래 파킹하려 했던 상남중학교는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냥 마을을 통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 차를 파킹하고 옷갈아입고 자전거 준비해서 대회장으로 출발한 시간이 6시 50분쯤 된듯 합니다. 


마음의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요. 



가는곳마다 사람이 많고 ,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안 맞을것 같고, 그렇다고 주변 으슥한 곳에 할 수 도 없고

발을 동동 구르며 주변을 빠르게 스캔 하면서 문을 연 가게를 들어가 사정을 얘기하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약 300~500그램이 빠져나간 것 같은 시원한 느낌. 큰일을 보고 나서 

친구들을 만나고 7시20분 출발을 위해 대기를 하며 사진을 찍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출발 5분전에.... 


"각" "자" "도" "생" 


각각 스스로 살기를 꾀하자는 뜻. 극단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생존주의 

그래 여기서는 거의 업힐이고 팩 구간에서 같이 하려 하면 같이 올라야 하고 아니면 누군가는 기다려야 하는데 나 살자고 너희까지 죽을 수는 업지.

이렇게 친구들의 첫만남이 왠지 마지막이 될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 !!


라이딩이 시작되고 나니 금새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고 전 페이스 조절하면서 아홉 능구렁이를 만나러 

케이던스 100 정도로 페달에 박차를 가했지요. 

살둔고개를 나름 가볍게 지나고 구룡령을 향하면서 시원한 바람, 공기를 즐겼습니다. 

어느새 구룡령 업힐이 시작되었고 기어 다 털고 느긋하게 풍경도 찍고 셀카도 찍으며 (미쳤지..내가) 올랐습니다. 

구룡령 보급소를 지나고 다음 보급을 위해서는 쓰리재를 넘어야 해서 여기서 양껏 먹을려고 작정을 하고 갔지요. 


바나나 4개, 오렌지 두쪽, 쿠키 2개를 콜라와 함께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파워에이드로 물통을 70%만 채우고 5분내에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봉사하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정중히 드리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는데 정신없이 먹을걸 챙기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었네요. 이글을 통해서라도 감사의 인사를 ~ 꾸벅 ~


이렇게 구룡령은 저에게 시장바닥 무한뷔페의 여운을 남겨 주었습니다.  

혹 저땜시 못드신 분이 계시다면 이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 드려요. 


구룡령을 무사통과하고 조침령을 향해 올랐습니다. 

좀전에 구룡령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것과는 차이가 심하게 났습니다. 페달을 돌리는데  ... 힘이 잘 안들어 갑니다. 

내가 벌써 퍼질리는 없는데...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보급을 좀 많이 먹은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했습니다. 

그래도 공복보다는 먹고 달리는 것이 100배 낮지 라는 생각으로 바닥 보면서 올랐습니다.


왼쪽이요 !!  ,,, 그래요 왼쪽이던 오른쪽이던 갈길 가세요. 똑바로 오르지 못해 지송해요. 

자린이가 아장아장 뒤뚱뒤뚱 걷는다고 생각하시고 조심히 비켜 가세요. 고이 보내 드리올테니 ..


이런생각 저런생각 (다들 잘타네, 저분도, 이분도, 자전거 이쁘네, 조으네, 스웍이네, 아니네, 아 커플이네, 또 커플이네, 또또 커플이네 등)

하다보니 어느새 조침령을 지나 그란-메디오 분기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곧 821220-1431520 이다. 

시간을 봅니다. 분기점을 지나면서 가민을 보니 10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속으로 환호를 질릅니다.  



물을 70%만 채우고 오니 쓰리재 중간에 물이 바닥나 버렸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곰곰히 생각 . 어떻게 생각해야 긍정적이지 ? ..결국... 물량 잘 맞추었네..조금만 더 넣었어도 몇십km를 지고 왔을거 아녀!! 스스로 칭찬. 

쓰리재가면 물 보급이니.. ㅋㅋ 


쓰리재 올라 물 먹고 물통 채우고 ,,,, 이제야 거하게 트림이 나오네요. 


5분 남짓 휴식을 하고 다운힐 하면서 쉬자는 생각에 바로 출발하여 한계량을 위한 다운힐을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그란폰도에서도 보기  했지만 , 앞서 내려가던 사람의 엉덩이와 몸통이 안장보다 한참 더 내려서 타는 것을 보니 잘탄다는 생각보다는 위험하다는 생각과 엮이면 안되겠다 싶어서 먼저 고이 보내드리고 원진재 보급소에 다달았습니다.

사람이 많아 보급 먹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만, 그래도 봉사하시는 분들이 일일이 오렌지를 까주셔서 그나마 빨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한계량 입니다. 

구불구불한 길, 약 업힐구간이 8km 정도 마지막 2km 급경사

업힐 하면서 대만 라이더들의 커플을 만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오릅니다. 

혼잣말을 합니다. 뭐지 .... 

나에게 말하는 건가 ? 뭐라 하는거지 , 힘들어 죽겠는데....뭘 물어보나 ? 영어도 아니고 ...

아 ~ 유투버 인가 봅니다. 고프로같은 카메라에 대해 말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럼 그렇쥐...좋겠다..말할 힘도 있고. 

이리 생각하며 오르다보니 결국 급경사 구간이 나타납니다. 

여기만 지나면 반이상 달린거다. 라는 긍정적이면서 암울한 생각으로 ...

어느 자전거 유투브에서 본.....


페달을 밀고~
페달을 누르고~
페달을 끌고~
페달을 땡기고~



아...덴장...신경쓰니 ...더 힘드네... 

몇분 하다가 더 지치는듯해서 일단 제가 타던 습관대로 다시 자세잡고 오릅니다. 

드뎌 한계령에 올랐습니다. 22년 설악에서는 자세히 보지 못했던 한계령의 모습

산행으로 걸어 왔을때와 자전거로 오르는것 ..저에게는 나름 둘다 매력이 있고 목적도 비슷하지요. 

뭐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인생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고 진정으로 이겨야 할 상대는 내 자신이고 

결국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성공한 분의 소감처럼 내가 정복한 것은 산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이겠죠. 


다만 경치를 느끼기에는 산행이 월등하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잠시 감성에 젖었네요. 본론으로 들어와서 

한계령을 지나 이제 대망의 구룡령 리버스가 남았습니다. 

구룡령 리버스 , 실제 체감상의 업힐은 10km 구간일 듯 합니다. 

다운하고 약 업힐구간을 달려 서림삼거리 마의 구간을 지납니다. 1431520 에서 1431400 으로 ..ㅎㅎ

작년에는 겨우 컷오프 통과했는데 장족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그래 이제는 완주가 아니라 시간단축으로 목표가 수정되는 순간 이였습니다. 가즈아 ~~



년에 퍼졌던...곳 ... 약 146키로 지점에 있던 가는길 우측에 있는 .. 그늘이 있는 한 주택의 물레방아가 보입니다.

저기서 주인 허락도 받지않고 그늘에 누웠고 물레방아를 돌리던 물은 제 머리를 돌렸지요. 

그러다가 결국 회수차를 타게 되었던 곳. 

만감이 교차하며 잠깐 내려서 사진이라도 찍고 갈까 하다가 이팩을 놓치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자세히 보지도 , 오래 보지도 못하고 지나 칩니다. 


154키로 지점인가요...본격적인 구룡령 업힐 시작되는곳. 10km 푯말이 무시무시하게 보이던 초입부..

가민은 이때 수명을 다하고 회수차를 타버렸네요. 

제가 회수차를 안탄 대신 가민이 가버렸습니다. 

그래 니 몫까지 열심히 해서 완주하고 시간 단축까지 해볼께...다짐하며 10km 지점을 힘차게 지납니다. 

근데 10km 푯말을 지나며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1km 마다 있을까나...아니면 5km 마다 있으려나..아니면 이제부터는 없으려나..

차라리 없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오릅니다. 


그렇게 10키로 같은 1km 오르다 보니, 덴장 ...9km 푯말이 있네요.  그래 9룡령 잘났어 정말..라고 생각하며..오릅니다.

8km 푯말이 저만치 보입니다. 십8...욕이 절로 나옵니다. 

7km 푯말...와우 내가 벌써 3km를 올랐단 말인가...~ 라는 감격에 눈이 따가워 집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땀이 비오듯 눈가를 후비 파고 , 져지는 내년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염장이 다 되었습니다. 


푯말이 더이상 보기가 싫어져서 그냥 바닥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페달을 굴렸어요.

내심 고개를 들었을때 2~3km 푯말을 보고싶은 마음에...

더 이상 저의 지친다리는 에너지가 1도 남아있지 않았고, 방전된 상태에서 한참을 굴려봤자 그리 멀리 갈수가 없었습니다.

고개를 살짝쿵 들어봤는데 ...결국 보인건 6km .... 


아 살면서 이렇게 힘든적이 있었던가.. 낸가 왜 여기와서 뭐 하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내리고 하차 하고 다음에 해도 되지 않을까...

내려 ? 말아 ? 귓가에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릴때까지 갈등의 순간이 지속 되었습니다. 이런 저와의 갈등을 해소시켜 준 ~ 건 


왼쪽 !! ..왼쪽 !!.. 가세요. 길 넓잖아요. 또 오셨네..또 오셨어 

홧팅 !! 3km 남았어요 !!  아....감사합니다.  즐~라 (즐건 라이딩) 하세요. .. .. 말을 내뱉고 나서 알았다..내가 뭔 소리 한겨 ? 즐~라..라니..

그분이 못 들었길..바라며...


나머지 1km 지점을 향해 다시 힘내서 내달렸다. 

그렇게 1km 푯말이 산등성이 한쪽에서 보이길 시작했고 ,,, 갑자기 없던 힘이 나기시작하더니 

금새 500미터 올랐고 200미터 지점인가 카메라가 보였고 ... 힘든건 사라지고 어떤포즈를 취하면서 올라야 하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결국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 보았다. ^^



이렇게 구룡령 리버스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뭐 나머지 피니쉬까지도 안 힘든건 아니였지요. 다운힐 겁나 무서웠지요. 역풍, 측풍으로 자전거도 휘청 휘청하고 내리막길인데 약업힐 올라가는 느낌까지 나고 .. 

마지막 피니쉬 3km 지점은 어떻게 된게 구룡령 리버스 3km 와 맞먹을 정도로 힘들었고요. 

10시간 34분 45초로 피니쉬 했습니다. 

피니쉬하고 기념품으로 받은 나물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이제 설악그란폰도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나에게 지옥은 생에 한번으로 족하다 생각했지요. 

이제 즐기는 라이딩, 재미있는 라이딩, Fun to Ride 를 모토로 자전거를 탈까 합니다. 

만약 설악을 다시 오게 된다면 설악 메디오로 고고 !!  


푸념 할겸 해서 적기 시작한 글이였는데 ,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 Fun to Ride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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