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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기시선 Dec 05. 2020

처음 접하는 독립영화, 일랜시아

내언니전지현과 나


여느때와 다름 없이 유튜브 바다를 알고리즘이 이끄는 데로 떠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내 이목을 끄는 영상이 하나 있었다. 일랜시아 영화가 개봉해 시사회를 한다는 영상이었다. (일랜시아는 넥슨이라는 기업이 서비스하는 온라인 게임이다)


학창시절 수년간 일랜시아를 재밌게 즐긴 기억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알아보니 독립영화 형식의 다큐멘터리였었다. 이러한 것들보다 일랜시아라는 주제가 나한테 더 중요했기에 조금 더 알아보니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일 영화로 바로 예매를 마쳤다.



인터넷 예매했지만 표를 받으려면 직원에게 가야 하더라. 예매한 표를 받는데 사은품을 받겠냐는 말에 달라고 했더니 포스터와 마우스 패드를 받을 수 있었다. 독립영화를 난생 처음 봤기에 예매할 때 주는 사은품이 다른 독립영화에도 있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얼마나 쓸진 모르겠지만 향수를 느끼기엔 충분한 사은품이었다.




다른 독립영화를 보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으나 영화를 보는 초반에는 진짜 별거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러한 생각도 잠시 약 90분에 가까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집중해서 봤다. 게임화면과 영상이 수시로 교차되어 확실히 일랜시아라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웠겠지만, 이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다. 


일랜시아는 나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준 게임이라 아직도 게임을 했던 그 시절, 여러 사건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시대여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인지, 그 나이여서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보는 내내 영화의 내용보다는 박윤진 감독님, 박윤진이라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행동에 내 삶을 투영하여 보고 있었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나라면 저렇게 까지 했을까...'

'저런 용기가 났을까...'


다양한 생각이 스쳤다. 


운영자가 없고, 관리가 되지 않는 게임에서는 무언가 문제가 생기게 되면 사실상 포기하고 체념하게 된다. 내가 아무리 애써본들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포기하고 체념하는 것이다. 


열정이 없는 것일 수도, 내 인생에 게임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자신의 경험에 미루어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들은 행동보다 포기가 가깝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렇지 않았다. 해결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일에 자신의 삶의 일부를 던지는 모습이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비효율의 극치인 일이라 생각했다. 망겜이라 불리는 일랜시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행동하고, 결국은 영화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까지.


이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던 것이, '우리는 진짜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였다. 표현이 애매하긴 하지만, 여러 사람들은 만나보면 그 중에 '이 사람은 진짜다'라는 느낌이 오는 사람이 이따금씩 존재한다.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평범한 우리들은 그저 '안될거야'라 생각하고 치워버린다. 그러나 진짜들은 집요함이 있다. 어떤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요함.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그들과 우리들의 경계를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들이 들면서 스스로를 계속해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투자론에 보면 효율적 투자곡선이라는 것이 있다. 투자자의 기대수익률과 위험수준을 고려하여 효율적인 투자구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A라는 투자자에게 투자대안 1, 2, 3이 있지만 투자대안2가 가장 효율적인 투자대안이라는 것이다. 최근 내 삶을 돌아봤을 때, 이 곡선을 너무 정답처럼 따르려 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시간을 어디에 썼을 때, 가장 뛰어난 효율이 나오는지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그에 몰두한 삶을 살았었다. 성취감과 성과는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나 스스로는 점점 비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반대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무언가 모르게 꽉차보였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잘 하고, 어떤 능력이 있고 이를 어떻게 써야 효율이 잘 나올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일 등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쉽게 답할 수 없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내가 좋아하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일들을 수없이 치워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마주한 이 시간이 소중했고, 지금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의미 없는 영화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겐 큰 의미로 다가올 영화라 생각한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정말 의미있게 본 영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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