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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릴랜서 Jul 27. 2020

#7-2 화면만으로도  당신을 찾을 수 있다, 서치

존재 자체로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영화

1편에서 서치의 형식적인 독특함을 이야기 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서치>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의미를 다루어보려고 한다. 이 영화는 영화의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영화의 의미라는 측면에서 모두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립영화 '서치'
<서치>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이전에 <서치>가 전세계적으로 거둔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서치>의 예산은 약 10억원 정도에 850억원을 벌어들였다. 10억원이라는 예산은 한국 영화계에서도 상당히 저예산인데,(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예산이 30억원이상인 영화를 상업영화라고 구분하고, 2018년부터 실질 개봉작 예산이 100억원을 넘었다.) 영화 제작 예산으로 한 편에 몇 천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기도하는 할리우드를 기준으로 하면 초초초저예산 영화인 셈이다.


미국 영화계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제는 CG로 할 수 없는 부분만 실사로 찍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적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영화들이 주류인 미국 영화시장에서 실험적인 형식에 주인공 가족은 동양인, 게다가 예산마저 초저예산인 이 영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서치의 이러한 성공은 개인적으로 미국 영화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최소한 재능있는 이민자 출신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아무 맥락없이 이 문장을 읽는 누군가는 이 문장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작성한 글 맨 마지막 부분에 인용한 감독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차간티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자신과 동료들이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고 했다. 이 문장만 보면 그냥 '신예감독이 장편 데뷔작을 훌륭하게 만들고 드디어 영화계에 정식으로 입성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 영화계의 현실을 바라보면 이보다 조금 더 큰 차원의 의미가 있다.


어쩌면, 가장 보수적인.


할리우드는 알게 모르게 꽤 폐쇄적이다. 가장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닫혀있다고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 Local하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의 뒤에는 실제로 너무한 배경이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시상식)은 1929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는 세계 3대 영화제들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다.(칸 영화제는 1946년, 베니스 영화제는 1932년, 베를린 영화제는 1951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도 이들은 2020년 이전까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혹은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들에게는 국제영화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이라는 이름의 상을 시상했다. 미국 영화계가 얼마나 배타적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할리우드는 여성들에게도, 흑인 배우들에게도 그 문턱이 높지만 아시아계 배우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백인 여성이나 흑인 남성 배우들에게는 주연으로 슈퍼 히어로의 자리가 돌아간 적이 없다는 것으로 할리우드가 비판을 받았지만, 흑인 여성 배우들이나 아시아계 배우들은 주연급으로 출연을 할 기회를 얻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서치>에서 주인공 데이빗 역을 맡은 '존 조'는 이 작품으로 아시아계 배우 '최초' 미국 스릴러 영화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로 '산드라 오'가 골든 글로브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시상식 사회자가 되었으며, <킬링 이브>로 골든 글로브에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골든 글로브에서 두 차례 이상 수상한 첫 아시아계 배우가 되었다. 이처럼 할리우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곳이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때



다시 돌아와보면 <서치>는 처음부터 유색인종을 주연으로 할 것을 상정하고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존 조'가 씨네 21과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감독이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캐스팅 1순위가 '존 조'였다고 한다. 유색인종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으며, 그것은 자신이 보고 자란 영화 중에 자신과 같은 유색인종 주인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서치>가 다른 미국에서 만들어진 아시안 주연 영화들에 비해 특별히 더 의미있었던 이유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으면 억지로 동양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애를 쓰다 오히려 이질적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치>는 그런게 없다. 그냥 미국에서 사는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굳이 동양인이 아니어도 되고, 사실 어떤 인종의 배우가 연기를 하든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이런 어떤 인종의 배우가 연기를 하든 상관이 없는 이야기에 대부분은 백인이 왔었다.


하지만 이제 아시안 배우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도 상당히 성공적으로 흥행하면서 할리우드에서는 그 당시를 두고 Asian August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서치를 거쳐 킬링이브와 기생충까지. 이 중에 최초 타이틀이 생겨난 사건들이 꽤나 많지만, 그래도 점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산 스케일


영화를 본 적있는 사람이라면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정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제작하는 대작들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마블 시리즈를 들 수 있다. IMDB에 따르면 서치와 같은 해(2018년)에 개봉한 마블 영화 <베놈>의 예산은 1억 달러로 1달러를 1200원으로 환산했을 시 1200억원에 달한다. 마블의 메인 프랜차이즈인 어벤져스 시리즈의 경우 예산의 규모는 더욱 크다. 대단원의 막을 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예산은 3억 5600만 달러로 4272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서치의 비하인드 스토리


서치는 배우들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우선 배우들이 굉장히 동안이라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데 '존 조'의 경우 72년생으로 영화를 제작할 당시 실제로 40대 중반이라 배역의 설정과 나이가 비슷했지만, 너무 젊어보여서 나이가 들어보이게 분장을 해야했다고 한다. 그리고 딸 '마고' 역을 맡았던 배우 '미셸 라'의 경우 극중에서는 10대 후반으로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88년생으로 당시 30대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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