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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릴랜서 Aug 16. 2020

<반도> (2020)

한국에는 디스토피아조차 새로움이 없는가

부산행의 후속편

코로나로 인해 영화가 가뭄에 콩나듯 나올 때 나왔던 영화.


<반도>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감독: 연상호

주연: 강동원, 이정현

줄거리/설명

4년 전,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한 시간 내에 지정된 트럭을 확보해 반도를 빠져나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한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보다 먼저 보았지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감상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남기고 싶어서 순서가 바뀌었다.


<반도>를 보고 실망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꼈다.

사람들의 평만 들었을 때는 거의 0.5점 수준의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부산행>과 비교를 하던데, 나는 사실 <부산행>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수준 차이가 많이 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CG 같은 부분은 오히려 이쪽이 더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부산행>이 관객을 천만명을 동원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 생각했던 쪽이기에. <반도> 역시 생각보다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는 <부산행>보다는 좀 더 애니메이션에 가깝고, <염력>보다는 좀 더 영화에 가까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는 드문 캐릭터
이렇게 파워풀하게 운전하는 여자 아이 캐릭터가 한국 영화에 있었나? 내 기억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영화의 초반에 준이(이레)는 한정석(강동원)을 태우고 엄청난 운전 솜씨로 좀비들을 따돌린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가 있었던가? 물론 이 과정에서 매드맥스가 떠오르긴 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별로 흔한 캐릭터는 아니다.


미국 애니메이션에는 이런 캐릭터가 종종 등장한다. 어린 과학자 같은 캐릭터. 그리고 포인트는 내가 해결해주지! 하고 등장해서는 웁스.. 쏴리.. 하기

준이의 동생 유진(이예원) 캐릭터도 그렇다. 이런 캐릭터들은 미국 애니메이션에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이런 캐릭터들은 뭔가 자기가 만든 것 중에 가장 대단해 보이는 것을 가지고 와서, (남이 보기에는 조잡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 자신이 분명히 해결할 것이라는 당당함을 내비치지만, 결국 일이 꼬여서 잘 안되고, 웁스 쏴리.. 이러다가 결국 어찌어찌 잘 해결된다. 미국 애니메이션 중에 어떤 걸 틀어도 이런 상황이 꼭 나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곳곳에 영화의 형식에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연출은 비슷하면서도 확실히 다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 둘의 결합을 지켜보는 것으로도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모방에서 그치지 말아야 할 것


하지만 반도에서 아쉬웠던 점은 너무 많은 부분을 모방하려 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로만 한정 짓는다면 새로운 시도들이 많았을지 모르나, 요즘 관객들은 전 세계 영화와 드라마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손에 넣었다.


<부산행>이 <반도>보다 좋았던 것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좀비 소재의 이야기들은 많지만, 대부분이 마을이나 집 안, 아니면 차 등에 갇히지 기차에 갇히진 않는다. 내용은 결국 비슷하더라도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 '기차'였기 때문에 좀비 소재에 익숙한 사람들이더라도 어느 정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비들이 장악한 동네, 그리고 그곳에서 자기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군인들. 그리고 그 사회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 그들 간의 추격전. 이러한 설정에서는 새로움을 찾기 어렵다. 심지어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와 너무 비슷해서 거의 표절 아닌가..? 싶은 부분들도 있었다. 설정만 해도 사실 <매드맥스>와 비슷한데, 캐릭터들의 복장이나 차, 연기 등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물론 레퍼런스로 참고는 할 수 있으나, 이렇게까지 비슷했을 필요가 있을까? 특히나 추격전에서도 구도도 비슷하고, 렉카 운전자의 경우에는 진짜 매드맥스에서의 광기를 따라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특이한 건 스케일이 이상하게 크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불필요하게 많이 나온다. 등장인물은 많은데 다들 중요해보여도 별 의미 없이 빨리 죽거나, 아니면 별 의미 없어 보이는데 이야기의 막바지까지 등장한다. 캐릭터의 수를 줄이고, CG에 힘을 좀 빼고, 스토리의 연결성에 더 고민을 했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서 대위(구교환) 캐릭터는 이상하리만치 무능한데 대위라는 직함 때문인지 대장이다. 황 중사가 가져온 트럭에 얽힌 사연을 빨리 알아내는 것외에 약삭빠르다거나 하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김일병은 서 대위를 잘 따른다.

서 대위는 영화에서 사실 딱히 그렇게 큰 역할이 없다 (출처: 네이버 영화)
김일병은 왜 서 대위를 따를까? 김일병 역시 스토리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다.

서 대위(구교환)가 영화 내에서 내용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그저 돈이 담겨있는 트럭을 한정석(강동원)이 가지고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밖에 없다. 그건 사실 굳이 서 대위가 아니라 황 중사가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일병은 더더욱 전체 스토리 상에서 하는 역할이 적다. 뭔가 이야기가 더 있었는데 너무 방대해질 것 같아서 잘려나간 건 아닐까 싶을 만큼 애매한 분량과 역할이다.


김 노인(권해효)도.. 상당히 애매한 포지션이다

김 노인(권해효)도 굉장히 애매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데, 김 노인이 차라리 없고, 준이와 유진 자매 중 한 사람이 이 역할을 담당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유진. 그러면 공학적인 부분에 천재성을 드러내면서도 아이라는 점 때문에 이 아이의 말이 진짜일까? 진짜로 우리를 구하러 누군가 올까? 하는 마음으로 보지 않았을까? 김 노인 캐릭터 역시 너무 허망하게 소비되고 만다.


한국에서는 아직 창조적인 디스토피아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는 것인가? 언젠가는 할리우드가 제시하지 못한 독보적인 디스토피아의 형태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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