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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릴랜서 Oct 06. 2020

#4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_증국상

나와 같고도 너무나 다른 너에게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2017년 영화로, 아시아권에서 꽤 많은 상을 받았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처럼 우리나라 영화제에도 여러 번 초청되었다. 현재 한국에서 리메이크 제작을 시작했다.


영화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전체적으로 좋은 평을 받지만, 세 사람 사이의 남녀관계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혹평하는 분들도 있다. 해당 부분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스타일의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부분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작성일(2020.10.06) 기준으로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칠월과 안생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제는 <칠월과 안생>이다. (실제 원작인 단편소설의 제목도 <칠월과 안생>이라고 한다. 단편 소설은 20페이지 정도로 매우 짧다고..!)  이는 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데, 상당히 직관적인 제목이다. 처음 들었을 때 더 낭만적으로 들리는 제목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이 남는 제목은 <칠월과 안생>인 것 같다. 그들 이름의 의미와 삶을 돌아보면 결국 남는 것은 <칠월과 안생>이니까.


안생(왼쪽)과 칠월(오른쪽) (출처: 다음 영화)

영화에서 이름에 대한 뜻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자에서 그 뜻을 유추해볼 수 있고, 두 사람의 대비되는 삶의 모습을 통해 그 뜻은 더욱 설득력 있어진다. 칠월의 이름은 생각하는 대로 七月로 정말 7월이며(영화 내에서도 특이한 이름이라고 나레이션으로 나옴) 아마도 7월이 1년 중 가장 푸릇푸릇한 달이기 때문에 에너지와 생동감이 넘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 같다, 안생은 安生으로 안정적인 삶을 뜻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과는 전혀 반대의 삶을 살아간다. 칠월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안생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떠도는 방랑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칠월은 안생을 살고 안생은 칠월을 사는 것이다. 그야말로 나와 같고도 나와 정반대인 친구인 것이다.


학창 시절 때부터 이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지만, 그럼에도 늘 서로를 배려하고 상호 보완해주는 관계였다. 칠월은 늘 마음 둘 곳을 필요로 하는 안생에게 집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고, 안생은 칠월의 마음을 들썩이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둘의 사이가 조금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한 건, 그들 사이에 '소가명'이 들어오기 시작한 이후다.



가명의 등장과 세 사람의 관계


칠월과 가명 (출처: 다음 영화)

칠월은 어느 날 가명이라는 남학생에게 빠진다. 안생은 칠월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가명을 몰래 찾아간다. 그리고는 어떤 여학생이 널 좋아한다고 일러주고는 둘은 만난 적 없는 것이라며 홀연히 떠난다. 가명은 그런 안생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는 듯 하지만 이후 결국 칠월과 사귀게 된다.


등산하는 세 사람 (출처: 다음 영화)

칠월과 가명이 사귀게 된 얼마 후, 세 사람은 등산을 하러 간다. 여기서 칠월은 다리가 아프다며 먼저 두 사람에게 가라고 한다. 가명과 안생은 칠월을 두고 먼저 정상에 도착하는데, 안생은 그곳에서 가명의 목걸이를 받게 된다. 칠월은 가명과 안생의 이런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데, 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안생이 마을을 떠난다.


이때 안생은 칠월에게 네가 떠나지 말라고 한다면 떠나지 않겠다고 하지만, 칠월은 안생의 목에 걸린 가명의 목걸이를 보며 끝끝내 떠나지 말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떠나는 안생과 안생의 목에 있는 가명의 목걸이를 보는 칠월 (출처: 다음 영화)

이 셋의 관계는 참으로 묘하다. 세 사람이 모두 동시에 다른 둘을 사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이라고 할까. 안생과 칠월은 제목처럼 소울메이트로 서로의 반쪽처럼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며 어린 시절을 지내왔다. 하지만 가명을 두고는 다른 종류의 이성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가명은 너무도 다른 이 두 사람의 그런 모습에 각각 다른 의미로 사랑에 빠진 듯하다.



이름은 운명을 알고 있었다


이 셋은 동시에 서로를 사랑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불행하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이름과 다른 삶을 추구해 살아가고 있었지만,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가장 멀리 도망쳤다고 생각한 순간 가장 불행해졌다. 마치 오이디푸스가 신탁을 듣고 신탁의 내용으로부터 가장 멀리 도망쳤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불행해진 것처럼.


안생은 세상을 유랑하지만 결코 행복해지지 못했고, 칠월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 했으나, 그로 인해 가명을 잃고 결국 죽는다. 가명은 (가명의 이름은 家明으로 집안을 빛내다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식 당일에 사라져 칠월을 잃고, 나중에 칠월과 자신의 아이를 안생이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용에 집중해서 보는 관객들의 경우에는 바로 이런 내용 때문에 남녀 간의 관계에서 친구가 저런다고? 아니. 저렇게 떠난다고? 여기 혹시 고구마 캐릭터 모임인가? 이런 말을 남발하게 될 수도 있는 영화다.


하지만 난 이런 형식적인 부분에서의 기획이 마음에 들어서 이 영화가 좋다. 영상미도 좋고,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구조도 좋고, 마지막으로 서로의 이름과 삶의 방식의 관계도 마음에 들었다. 감정선도 상당히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이 영화를 함께 보게 된다면 꼭 한 번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영화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니까!



한국에서의 리메이크


우리나라에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다. 현재 제목은 '소울메이트'(가제)로 제작 중이다. 주연으로는 김다미, 전소니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가명 역에는 이전 기사들을 보면 갓세븐의 박진영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청춘기록에서 원해효 역을 맡고 있는 변우석 배우가 캐스팅된 것으로 보인다. 감독은 민용근 감독이 맡았다.

소울메이트(가제) (출처: 다음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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