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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릴랜서 Oct 07. 2023

프리랜서 커리어 로그 - 나의 한국 회사 면접기

나는 한국 회사 다니기는 글렀구나

사진: Unsplash의Van Tay Media

이번 글에서는 왜 내가 취업과 프리랜서의 갈림길에서 결국 프리랜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내가 거쳐온 면접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유해보려 한다. 이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 있지만, 결국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의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 가장 크다. 하지만 단순히 직무상으로의 한계만이 아니라 회사의 지향점도 나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 몇 편의 글에서 다이나믹했던 면접기를 공유하려 한다. 한국 회사, 해외에 있는 외국 회사, 한국에 있는 외국계 지사, 한국 회사지만 외국인 직원 비중이 몹시 높은 회사까지. 다양한 면접 경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한다.




정말 하기 싫은 분야를 지웠다


한국에서 나는 영화를 전공했고, 운이 좋게도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대성공 시대가 열리며 편집자 수요가 급증했다. 유튜브 편집에 흥미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 했던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 업무들이 전부 영상 혹은 콘텐츠와 관련된 일들이었기 때문에 졸업할 때쯤에는 영상 편집자로서 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유튜브 편집이랑 전혀 맞지 않았다. 자막 편집을 하는 게 우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자막을 디자인하는 게 너무 번거로웠다. 그리고 나는 장기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업계로 넘어가고 싶었기 때문에 유튜브 편집은 나에게 별로 메리트가 없었다. 유튜브를 배제하자 절반 이상이 즉시 내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나의 한국 회사 면접 이야기


장차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던 나는 애니메이션 VFX, 게임 회사를 중점으로 광고 에이전시들까지도 열어두고 찾았다. 광고 에이전시, 애니메이션 회사, 게임 회사 모두 면접을 본 적 있었고, 헤드헌터를 통해서 면접을 보게 된 경우도 몇 번 있었다. 회사 규모는 소기업부터 한국 대기업,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회사 면접에서는 딱히 면접자를 정말 알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한국 회사들과의 면접 경험은 정말 평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이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많은데, 한국 회사들에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정말 아직도 이런다고? 싶은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더 이상 한국 회사 정규직 자리를 찾기 그만뒀던 것 같다.


1)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가는데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는 광고 에이전시에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영상 편집 관련된 내용이었고, 유튜브 편집보다는 광고 편집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면접을 보러 갔다. 해당 업체 사장님이랑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면접이 끝나갈 때쯤, 이런 말을 하셨다.


"나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가는데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열정이 있으면 뚫고 나갈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나는 대학교 4년 내내 열정 없이는 졸업할 수 없는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열정을 강요받고 싶지 않았고, 나 또한 지난날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열정을 요구했던 내 모습에 반성하던 시기였다. 뿐만 아니라 나는 프리랜서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면접을 같이 보았기 때문에 내 브랜드가 커졌을 때 어떻게 구성원들의 열정과 사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아래처럼 대답했다.


"네, 저도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열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지만, 열정은 강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 사장님은 흥미로운 답변이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에도, 지금도 열정은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스스로 타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의적인 열정은 불가능하며 번아웃이 오도록 만드는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2) 3달 동안 월급 100만원 받고 할 수 있겠어요? 뭐 그 돈 받으려고 좋은 대학 나온 건 아니니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익히 어느 정도 알고 있긴 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과 CG회사들은 연봉이 정말 낮다. 초봉이 거의 최저시급이다. 업계 탑급이라는 회사들도 그렇다. 그러면서 야근은 알다시피 말도 안 되게 많이 한다. 잡플래닛에 찾아보면 정말 흥미로울 것이다. 당시 평점이 3.0 이상인 곳은 보지 못했다. 2.5 넘는 회사들도 드물었다. '월급이 밀리지 않는다'가 장점 칸에 적혀있는 업계다.


이제 업계 설명은 이쯤 하고, 한 애니메이션 회사 면접을 보러 갔었다. 첫인상부터 싸했다. 일단 오늘 면접 일정이 있는지 몰랐고,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사내 분위기가 매우 무거웠다. 하지만 그 무엇도 면접 마지막 멘트를 이길 수 없었다. (이 사건 이후로 이제 더 이상 그 회사의 작업은 재밌게 볼 수 없게 되었다)


"3달 동안 월급 100만원 받고 할 수 있겠어요?"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멍해졌다. 와. 이게 진짜라니. 솔직히 조금 신기하고 웃겼다. 이유는 내가 애니메이션 업계에 경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렇지. 나는 애니메이션 경력이 없지. 하지만 이런 취급을 받을 바에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하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하자,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그래, 그 돈 받으려고 좋은 대학 나온 건 아니니까"


나라에서 정한 최저시급도 안 맞춰주면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많이 웃겼다.


3) 우리 회사에서 얼마나 일하실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이 면접은 전업 프리랜서로 1~2년 정도 일하고 난 이후에 있었던 면접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도, 회사도 서로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면접에서 느꼈던 것 같다.


회사 측에서 했던 질문 중에 기억에 남는 질문은 아래 두 가지이다.


-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회사를 다닐 생각은 안 했는지

- 이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 것 같은지


친구들한테 이야기했더니 회사 얼마나 다닐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은 꽤 많은 회사들이 하는 질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답하는 기술도 따로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충격받았다.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경험, 환경을 만들기보다 면접자에게 대뜸 묻는 것이 맞는 걸까?


해당 질문에 대답하는 기술이 없었던 나는 나는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아래처럼 대답했다.


"지금 그걸 제가 답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회사를 오래 다닌다고 해서 계속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닐테고, 이 회사 또한 사업의 방향성이 계속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이 회사에서 몇 년을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답변드리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면접관 분이


"그쵸. 요즘 뭐 평생직장도 없고."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순간 이게 무슨 대화의 진행인가 싶었다. 한국 회사들은 직원의 성장을 두려워하거나 억제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면접이었다. 이 질문을 한 이유도 내가 최종적으로는 해당 직무 이상의 커리어 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라고 했다. 이 회사를 마지막으로 한국 회사 정규직 면접은 더 이상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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