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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릴랜서 Sep 14. 2023

프리랜서 커리어 로그 - 오래 하고 싶은 걸 찾고 싶다

당장 결정하기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기존 [프리랜서의 스릴 넘치는 나날] 매거진에 있던 글들은 다듬어져 [프리랜서 DIY 실전 가이드] 매거진으로 옮겨집니다. 앞으로 [프리랜서의 스릴 넘치는 나날] 에는 프리랜서 일상 로그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사진: Unsplash의Jukan Tateisi

나는 커리어 시작이 프리랜서였다. 어떤 관점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이고, 어떤 관점에서는 또 트렌드의 선두주자 같았달까. 전형적인 사회초년생의 루트를 따르지는 않았지만, N잡이라고 하는 새로운 대세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모양새가 되었다.


회사들에 면접을 보러 다닌 적도 있었지만, 오래할 수 있을지 꼭 되묻게 되었다. 내가 관심있는 것들 여러가지 중에 반드시 하나만을 선택해야하는 것일까? 내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더 강해졌다.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해봤다.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것을 시각적으로(특히나 영상으로) 풀어내어 전달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20대 중반의 나는 당장 일을 시작해야한다는 강박에 휩싸여있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가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알지만, 내가 지금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직업이라는 차원에서 고민을 한다면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을까?


이런 고민을 하자 너무 머리가 아팠다. 나는 사실 호기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한정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열정페이로 말도 안되는 돈을 받으면서 온갖 일을 능력이 된다고 다 떠맡아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고싶은 것으로 따지면 나는 영상쪽 아트 디렉터가 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신입은 디렉터가 될 수 없으니 내가 당장 회사에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맡을 수 있는 업무들 중에서는 하고 싶은 직무가 없었다.




하나만 하기엔 부담스러워


고민이 계속 되는 와중에 회사들에 면접을 보러 다니긴 하지만 그 어느 곳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종 합격한 곳도 몇 군데 있었만, 다 거절했다. 말도 안되는 처우를 당연하게 요구해오는 것들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럴바에 그냥 한국에서 일 안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한국에 비해 영상 업계의 처우나 결과의 퀄리티가 더 좋은 영미권 국가로 떠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면접을 보면서 깨달은 또 하나의 사실이 있었는데, 내가 다양한 스타일을 한껏 탐방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한 회사에서 특정 매체를 겨냥한 스타일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조건이 아직 나에게 부담이고 리스크로 느껴졌다. 이말인 즉슨, 하나만 집중하고 다른 걸 당분간 포기해야한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부담스럽고 리스크처럼 느껴졌다는 뜻이다. 그렇게 전업 프리랜서의 삶에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다만 내가 실제로 그 길을 선택하게 될지는 몰랐던 것 같다.


여러 날을 고민하다, 결국 나는 당분간 전업 프리랜서의 길을 걷기로 선언했다. 스스로에게 3년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면접을 보러다니는 와중에도 생활비와 경력 쌓기용으로 계속 외주를 받았었기 때문에 사실 주위에서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 나 또한 마음 속으로는 프리랜싱이 나와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전업 프리랜서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기까지는 생각보다 꽤 큰 결심이 필요했다. 주위에 프리랜서로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가 없었기에 약간 사회부적응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다들 자신이 시간을 들이고 싶은 한 가지를 찾아 시작하는 것 같았는데 나만 아직 못 찾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프리랜서로의 커리어 패스


영상 분야에서도 다양한 세부 분야가 있는데, 내 전공과 내가 결과적으로 하고 싶은 분야는 약간 달랐다. 그래서 3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1년 단위로 이 세부 분야를 조금씩 옮겨가는 방법을 생각했다. 프리랜서의 장점은 내가 마음대로 분야를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니까. 물론 실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하에.


그렇게 내가 짠 3년짜리 커리어 패스는 다음과 같았다.

1년차에는 내 전공을 살려 영상 편집과 합성 일을 중심으로 약간의 모션그래픽 일을,
2년차에는 모션그래픽을 중심으로 다양한 3D 작업을,
3년차에는 3D 모션그래픽을 중점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발들이는 것이 목표.

아니면 3년 경력을 모아서 경력직으로 영상 연출과 관련된 직무로 회사 입사.


그리고 어떻게 됐냐고? 회사는 무슨. 그냥 5년차 프리랜서가 됐다. 영상 관련 분야에서는 하고 싶은 장르가 어째 점점 더 많아져서 내 브랜드를 몇 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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