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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3. 2019

[다낭소리] 부화 직전의 오리알

 부화 직전의 오리알

 두 번째 협력 활동 후에는 남은 시간을 오롯이 학생들에게 쏟기로 다짐했다. 바빠지면서 학생들과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게 미안해서였고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재에 ‘야유회 계획 세우기’가 있으면 실제로 회의해서 계획을 세웠고 그대로 놀러 갔다. 영화관으로 노래방으로 다니며 추억을 쌓고 카페에 들어가 오랜 시간 수다를 떨었다. 식당에서 개구리 튀김도 먹고 야시장에서 부화 직전의 메추리알도 먹었다. 


 부화 직전의 알. 전에 ‘세계의 별난 음식’ 필리핀 편에서 본 것 같은데 베트남 사람들도 즐겨 먹는다. 나도 먹어 봤다. 부화 직전의 오리알. 호치민에서 현지적응훈련 받을 때 동기 단원의 베트남 친구를 만났었다. 베트남어로 ‘옥’이라고 하는 조개며 소라 요리를 열심히 먹고 있는데 마지막에 특식처럼 등장했다. 간장에 졸여서 삶아 놓은 것. 말 안 해도 느낌 상 이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톡톡 숟가락으로 껍질을 까서 속 알맹이를 입에 넣는 모습을 보고는 확신했다. 그거 맞구나. 어서 먹어 보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한 입 떠 넣었다. 비릿한 장조림 맛이 났다. 


 그리고 이번 주. 학생들과 만나 여기저기 구경하고 먹을 간식을 사는데 ‘선생님 저거 먹을 수 있어요?’하고 무엇을 가리킨다. 부화 직전의 메추리알. 간장에 졸이지 않고 삶은 뒤 껍질을 벗겨서 매콤새콤한 소스와 함께 조리했다. 전에 비슷한 걸 먹어 봤다고 얘기하니 놀라면서도 좋아한다. 맛있는데 혹시 내가 못 먹으면 어쩌나 걱정했단다. 이보다 더 큰 오리알도 먹었는데 이게 뭐 대수냐 싶어 주문했다. 


 아이들 먹는 속도에 맞추려 메추리알을 몇 개 집어 먹고는 걸쭉한 양념에 열심히 빵을 찍어 먹었다. 베트남에선 자작한 국물이나 볶음 요리가 나오면 바게트 빵을 곁들여 먹는다. 가끔은 그게 더 맛있을 때도 있다. 접시 위에서 없어져 가는 메추리알을 보며 안심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내 앞으로 두어 개를 밀어 준다. 마치 냉면 위에 얹은 고기처럼. 맛있는 거 나 먹으라고 내주는 마음씨가 예뻐 입에 쑥 집어넣었다. 



 학교 선생님들과 얘기하다가 며칠 전 부화 직전의 메추리알을 먹었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어디서 먹었어요? 그건 어두운 데서 먹어야 돼요!” 


 왜냐고 물으니 맛은 있지만 눈으로 보면 좀 그렇기 때문에 잘 안 보이는 곳에서 먹으란다. 

 그렇구나... 그때 나는 야시장의 주황빛 조명 아래에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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