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발에 채인 날
귀국을 앞두고는 거의 매일같이 학생들을 만났다. 하루에 두 탕 세 탕을 뛰면서 체력도 돈도 소진되어 갔다. 욕심인 줄 알면서도 무리하고 있다. 안 바쁠 때 자전거도 배우고 싶고 아직 못 가본 다낭 근교의 관광지도 좀 다니고 싶었는데, 만나자는 학생들 말에 하나씩 포기하게 된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만날지도 모르니.
여느 때처럼 학생들을 만나고 기분 좋게 귀가하는 길. 갑자기 등장한 오토바이 소리에 놀랐는지 멀찍이서 쥐가 사방팔방 뛰어 다닌다. 족해도 대여섯 마리는 되어 보인다. 이 많은 쥐가 다 어디서 나온 걸까? 집 근처에 식당이 많아 낮에도 쥐가 돌아다니기는 한다. 그래도 사람이 무서워서인지 한두 마리 보이다 말았는데 밤이 되니 아주 활개를 친다.
사실 도로 위를 걷다 보면 오토바이에 깔린 쥐를 보는 게 일상이다. 베트남 쥐는 크기도 참 크다. 원래도 큰 쥐가 식당 밥을 먹고 살면 더 뚱뚱하고 둔해진다. 저들끼리 뛰다가 내게로 달려올까 싶어 휴대폰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며 걸었다. 학생에게 연락이 와 잠시 멈췄다가 발을 떼는 찰나, 퍽 소리가 났다. 방금 내 발로 찬 거… 그거 맞지?
너무 놀라 펄쩍 뛰고 보니 눈앞에서 서너 마리가 정신없이 도망간다. 발에 닿은 그 둔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순간 고양이인가 싶을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이다. 놀랄 노자다. 고양이도 아니고 쥐가 발에 채이다니!
그러고 며칠 뒤, 카페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가 따끔했다. 발목에 깔끄러운 느낌이 들어 쳐다보니 이번엔 바퀴벌레. 복숭아뼈 근처에서 환장을 하고 돌아다닌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나한테 왜 그러니 진짜, 떠나지 말라고 붙잡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