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를 읽고.
아내님께서 어느 날 말씀하셨습니다.
"여보, 이 책 읽어볼래?"
전 특히 아내님께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하고 싶었던 것도 아내님께서 추천하시면 하기 싫어지는 그런 요상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왠지 이 날은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래? 알았어. 줘봐."
그리고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표지에 적힌 한 문장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책 첫 인상은 '딸이 있는 엄마가 읽으면 좋은 책이겠구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딸이 있어 호기심으로 읽었습니다.
책은 총 5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chapter 1. 43년간 환자들을 돌보며 깨달은 것들
chapter 2. 딸아, 네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너 자신이다.
chapter 3. 마흔, 놓치기 쉬운 그러나 지금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들
chapter 4.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chapter 5. 남들이 뭐라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기를
책을 쓴 한성희 작가님이 40이 된 본인의 따님에게 쓴 편지글 형식의 책입니다.
"우와!!!" 이런 내용은 없었지만 딸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본 엄마의 솔직 담백한 글입니다. 큰 울림은 없었지만 잊고 살기 쉬운 것들을 하나씩 잘 정리하여 글로 풀어내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몇 가지 소개드립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마련해 가는 과정이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예순이 넘으면 마흔이 참 젊은 나이임을 알게 된다."
"부모가 어떻게 했든 아이는 자기 길을 갔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 다만 아이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뿐이다."
"나이가 들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구불할 수 있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 첫번째, 타인의 마음, 두번째, 지나간 과거, 마지막 세번째는 인생 그 자체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저보다 먼저 사신 분의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하루하루 불안과 걱정에 살 필요가 없음을 느낍니다. 걱정한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새깁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곂에 있는 사람을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지만 의지대로 살고 삶의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자녀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특히 엄마가 딸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아마 이 책에서 대부분 담아주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부모를 이해하고픈 따님, 딸에게 직접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추천드립니다. 딸이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어리게만 보이는 부모 마음이 잘 표현된 책입니다.
"나이가 주는 선물 가운데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소소한 행복의 고마움, 일상의 고마움을 새삼 더 느끼게 됩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나이 드는 것이 썩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오늘도 따뜻한 책 한권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