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서평
2023년 1월 1일 발행된 책이다. 이 책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우선 지은이가 김주완작가이다. 전직 기자로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전무이사로 퇴했다. 책을 썼으니 편의상 작가라 칭하겠다. 개인적으로 아는 분인데 기자라 부르는 게 익숙하긴 하다.
김주완 작가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썼다. 2007년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를 시작으로 2012년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 2014년 '열두 명의 고집 인생', 2015년 '풍운아 채현국', 2016년 '별난 사람 별난 인생', 2020년 '80년대 경남 독재와 맞선 사람들', 2021년 '지역출판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2023년 '줬으면 그만이지.', 2025년 '십 대에게 들려주는 어른 김장하'까지, 9권이나 출간한 중견 작가이다.
출판사도 흥미롭다. 경남도민일보가 운영하는 지역 출판사이다. 즉 이 책은 전직 지역신문기자가 지역의 어른을 취재하여 지역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다. 덧붙여 김주완 작가의 김장하 어른 취재기를 MBC경남이 같이 촬영, 2023년 '어른 김장하'라는 제목으로 극장에 개봉되었고 2025년 4월 재개봉되었다.
어렴풋이 떠올랐다. 사실 김주완 작가와 SNS친구다. 예전부터 그의 글을 읽어왔다. 사실을 중시하고 인물을 중시한다는 것 정도 알고 있었다. 그가 어느 날 자신의 페북에 의견을 묻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 책이 나오는 데 제목을 정확히 정하지 못했다. 친구분들의 의견을 구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때 제시된 제목 중 '줬으면 그만이지.'가 있었고 본인도 그 제목에 한 표를 던졌다.
그 후 책이 나왔고 영화도 상영되었다. 책이 출간된 후 많은 일이 있었고 이 책과 영화는 대한민국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널리 퍼트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해서 '언젠가 읽겠다. 언젠가 보겠다.'는 생각으로 미뤄두었다.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겠다는 교만한 생각도 있었다.
2025년 8월 22일,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어른 김장하'를 보여주었다. 아니 같이 봤다. 본 후 학생들의 소감문을 받았다.
'내 꿈은 대인배다. 이 다큐영화를 보며 내 꿈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김장하 선생님이 정말로 대단한 점은 자신이 한 일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배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명예를 바란다. 김장하 어른은 이런 점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덕분에 내 꿈이 또 한 번 되살아났다.'
'원래 다큐는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 본 다큐는 생각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 어른 김장하를 보며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김장하 선생님은 대가 없는 나눔의 가치를 잘 보여주셨다. 나도 작은 일이라도 베풀고 겸손한 태도로 살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이 다큐를 보면서 진짜 어른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다. 나도 김장하 선생님만큼의 어른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이만 먹은 어른이 아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늘 베풂이 있으면 그에 대한 보상을 원했던 나, 겸손이랑 조금 떨어져 있는 나의 삶, 태도를 보며 나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았다.'
'솔직히 김장하 선생님이 멋있었다. 누군가를 보면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저렇게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근데 굳이 이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내가 본 김장하 선생님이라면 뭔가 조용히 그냥 스스로 하셨을 것 같다.'
학생들이 쓴 소감문을 읽으며 감탄했다. 고3이지만, 전혀 어리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의 글이 더 깊었다.
늦었지만 내 책상에 꽂혀있던 '줬으면 그만이지.'를 정독했다. 영화에 소개되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김장하 선생님을 감히 직접 뵌 적이 없다. 적어도 책을 통해, 알게 된 그 분의 특징을 몇 가지 정리했다.
-본인이 하셨던 선한 일을 여쭤보면 입을 다무신다.
-전재산을 털어 세운 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하다.
-자동차가 없다. 자전거,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신다.
-경제적으로 여유치 않은 학생들 학업비를 대 주었다.
김장하 선생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다.
'내가 돈을 벌었다면 결국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차곡차곡 모아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돈이란 똥하고 똑같아서 모아두면 악취가 진동을 한다. 밭에 골고루 뿌리면 거름이 된다.'
'(한 장학생이 찾아와서 말했다.) 제가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내가 그런 거를 바란 거는 아니었어.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
'야구를 좋아한다. 옛날에는 롯데를 좋아했는데 NC가 생기고 나선 NC팬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NC다이노스 팬이다. 김장하 선생님께서 NC팬이시라니, 이 공통된 점 하나를 알게 된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이 분을 귀하게 대한다는 것을 느꼈다.
김주완 작가의 말도 옮긴다. 김장하 선생님을 취재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이었다.
'일종의 효능감을 느꼈다. 기자로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쁜 사람을 찾아내서 고발하는 그런 것도 기자의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또 좋은 분을 찾아내서 널리 알리는 이런 취재도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유용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장하 선생님을 기억하셨던 한 분은 그 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돈이 많은 분이 아니고 뜻이 있는 분이셨다.'
김장하 선생님께서 운영하셨던 남성당한약방은 2022년 5월 31일 폐업했다. 이런 분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는지 여쭙는다면 김장하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실 것 같다.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그렇게 걸어가면 돼."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이렇게 사시는 시대의 어른이 계신다. 아직 이 책을 못 본 분이 계시다면, 먼저 '어른 김장하' 다큐 영화를 보고, 이 책을 읽기 바란다.
김장하 선생님의 삶은, 요즘 시대 너무 귀한, 어른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