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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가라치바 Jan 02. 2023

후지산! 그런데 이제 바이크를 타고 - 제3화

후지산으로! 야마나시로!

Day 2


일본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기상시간은 여섯 시 반, 호텔 벽이 얇은지 방음이 안 돼서 옆방 소리에 깨고 말았다. 다시 잠이 들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나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일찍 출발할 예정이기도 했고 나름 시간 때우는 건 잘하니까. 입을 옷, 가져갈 짐 등 나갈 준비는 전날에 이미 완벽하게 해 놨기 때문에 체크아웃도 금방 할 수 있었다. 다만 형이 아직 준비가 덜 끝났다고 해서 나는 그동안 동네를 좀 산책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예상한 대로였다.

지난화 배경으로 쓴 사진이 사실 이날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이었다.

출근하는 회사원들, 가게를 여는 상인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가는 부모들, 학교에 가는 학생들, 아침은 분주했고 나만 유일하게 여유로운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기뻤다. 뭐 그래봐야 나도 어제까지 일하다가 온 사람이니 다들 너무 억울해 마시구려.


나는 일본 마을 풍경을 꽤 좋아한다. 한국이었으면 존재해야 할 고층 아파트가 없어서 시야가 트였고 작은 집이 많아서 동네가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보인다. 게다가 골목골목 숨겨진 빵집이나 가게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가게 간판이 작고 얌전해서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뭐 거리로 나가면 한국처럼 번쩍번쩍한 간판들이 많아지지만 동네 한정으로는 조용한 편이다.


한창 동네를 돌아보고 있자니 준비가 끝났다는 카톡이 와있었다. 나는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챙기고 형의 집으로 향했다. 필요 없는 짐을 전부 형 집에 맡긴 후 내가 탈 바이크를 빌리러 가야 할 텐데 어떻게 가냐고 했더니 형이 자기 바이크에 같이 타고 가면 된다고 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줄 알았는데 좀 의외였다. 바이크 하나에 둘이 타는걸 텐덤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게 좀 무섭다. 내가 운전하는 건 괜찮은데 그걸 남의 손에 맡기는 게 영 불안하다. 그래도 뭐 오래 타야 되는 건 아니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성인 둘과 짐까지 태운 바이크는 느릿느릿 출발했다.


목적지는 근처의 혼다 매장으로 몇 주 전에 이미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가는 길에 다른 여러 바이크 매장을 많이 지나쳤는데, 확실히 일본이 한국에 비해 바이크 수요가 많다는 게 느껴졌다. 도착한 혼다 매장은 판매보다 수리에 중점을 뒀는지 사무직원이 따로 없고 바이크 정비를 하던 직원이 나와 응대했다. 바이크 렌탈 예약을 했다고 하니 면허와 얼굴을 확인하고 서류를 하나 작성했다. 그 후에는 보험에 대한 사항이나 렌탈에 대한 규칙들을 서면으로 확인하고 바이크를 준비해 줬다. 직원이 조작법이나 주의해야 할 점도 설명해줬는데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혼다의 레블 250

바이크 타임! 내가 빌린 바이크는 혼다의 레블 250으로 아메리칸 크루저 장르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모델이다. 크루저 장르는 보통 낮은 시트고와 편한 다리 포지션이 특징이고 레블 250은 그걸 더 현대화시켜서 여러모로 초보자에게 좋은 바이크가 아닌가 싶다. 배기량은 250cc 단기통인데, 동일한 차체에 500cc와 1100cc 병렬 2기통 모델도 존재한다. 한국에는 1100cc모델은 들어와 있지 않아서 길에서 본 적이 있다면 아마 레블 500일 가능성이 높다. 바이크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이 글의 끝에서 부록으로 적어두겠다. 바이크 타임 끝.


우리는 혼다 매장을 떠나서 주유소에 잠시 들른 후 야마나시를 향해 출발했다. 일본! 새 바이크! 여행! 가슴이 뛰었다. 막히는 도심은 얼마 없었고 우리는 금방 고가도로로 올라갔다. 도쿄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가 있어서 외곽의 고속도로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는데 그걸 이용할 생각이었다. 도쿄를 가로지르는 경로는 꽤 재미있었다. 나름 도쿄는 꽤 돌아본 편이지만 모르는 지역들이 많았다. 야쿠르트의 연구소니 아사히 맥주공장이니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중에는 도쿄 경마장도 있었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알 텐데, 일본은 경마가 그럭저럭 메이저 한 놀이 중 하나다. 경주마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이나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는 것 같고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노름이라는 이미지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유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인기 때문인지 도쿄 경마장은 정말 컸다. 거의 월드컵 경기장 두 개 만한 사이즈에 관객석도 정말 넓었다. "우마무스메"라는 게임의 배경이라는 것 같은데 알고는 있는 게임이라 여기가 거기구나 싶었다. 모바일 게임이니 관심 있는 사람은 한번 찾아보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찍은 사진. 인물은 본인이다.

도쿄 외곽을 빠져나와 바이크로 달리는 고속도로는 정말 멋졌다. 한국은 바이크 종류에 상관없이 고속도로는커녕 고속화도로조차 달리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도로 옆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호수나 산, 마을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평지만 달릴 줄 알았더니 금방 산을 따라 이어진 길이 나왔다. 날씨도 기대한 것 이상에 '내가 외국에서 바이크를 타고 지방을 달리다니!'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상황이 너무나도 고양되는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은 스타트가 정말 좋았다.


아침도 먹지 않고 시작한 여행이라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는데 뭘 배불리 먹기보다는 빵을 몇 개 사서 나눠먹었다. 어차피 갈 길도 멀었고 배가 부른 상태로 바이크를 타는 것도 별로여서 휴게소에 주차된 다른 라이더들의 바이크를 구경하고 얘기를 좀 하다가 다시 출발했다.


고속도를 더 달리다가 빠지는 길을 통해 야마나시로 들어서니 산 능선들 중심에 넓은 평야가 있고 그 안에 작은 도시가 있었다. 도시라고 했지만 거창한 느낌은 아니고 농경지가 즐비한 시골 동네였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후르츠 라인인데 고즈넉한 시골 산길을 구불구불 달리는 코스다. 주변에 복숭아와 포도 농장이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후르츠 라인의 시작점. 산들 사이로 마을이 있고 주변에는 포도 농경지들이 많다.

후르츠 라인의 첫인상은 평화로움이었다. 사람도 차도 거의 없고 조용한 길과 마을이 이어졌다. 사실 주변 마을에는 아무도 없고 여기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일 수확시기도 지나서 한산한 농경지 옆으로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천천히 도로를 달렸다. 나는 빠른 바이크나 코스들 보다는 여유로운 라이딩을 좋아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았다.


후르츠 라인 중간에는 꽤 유명한 홋타라카시 온천이 있다. 여기는 후지산이 보이는 노천온천이 유명하고 바로 옆에 있는 홋타라카시 캠핑장도 같은 이유로 유명하다. 사실 이쪽은 처음 와보는 건 아니고 2019년 12월 코로나 직전에 캠핑하러 한번 온 적이 있었다. 그날의 얘기와 사진을 조금 공유해 보고자 한다.

2019년 12월 캠핑장에서 찍은 사진들, 산 아래 마을이 운해에 잠겨있다.

그날 캠핑은 꽤 힘들었는데, 텐트 치고 고기도 굽고 잘 놀다가 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간밤에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쏟아졌다. 덕분에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텐트가 새벽에 무너졌고 우리는 차로 대피했다가 좁은 차내에서 자는건 무리라 다시 무너진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날 차에서 히터를 켜고 자면 질식사하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그날 밤 고생이 심하긴 했지만 아침해가 뜨면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내린 눈은 우리를 고생시켰지만 동시에 주변 풍경을 장관으로 만들어 준 것이 아이러니했다. 식은 몸을 이끌고 간 온천에서 본 후지산은 거의 구름에 가려져 있었지만 나는 만족스러웠다. 회상 끝.

무너진 텐트. 당시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추억이다.

좋은 추억이 있기도 해서 또 온천욕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이번에는 온천에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적 여유가 없기도 했고 어차피 이날 숙소가 료칸이라 저녁에 온천에 들어갈 수 있어서 관뒀다. 홋타라카시 온천에서는 음식을 먹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이런저런 음식을 파는데 우리는 계란 튀김을 하나 사 먹고 사진을 좀 찍다가 다시 여행길로 돌아갔다. 두 번째 목적지는 후지산 근처의 5대 호수였다.


후지산 근처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후르츠 라인을 내려와 산을 하나 넘어야 했는데 고도가 높아지니 기온이 떨어지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그때 처음으로 일본에 와서 춥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꽤 올라오지 않았나 싶을 때 즈음 작은 터널이 하나 나왔다. 터널은 작고 정말 어두웠는데 상당히 옛날에 만들어져서 그런 것 같았다. 불빛도 거의 없고 음침해서 왜 일본에 터널 관련 괴담이 많은지 이해가 됐다. 터널을 빠져나온 다음부터는 내리막길로 이제 금방 첫 번째 호수가 나올 터였다.


후지 5호는 말 그대로 다섯 개의 호수인데, 쇼지호 모토스호 사이호 카와구치호 야마나카호 이렇게 다섯 개가 있다. 우리가 처음 향한 곳은 모토스호로, 가는 길에 있는 쇼지호는 그냥 지나가면서 구경하는 걸로 끝냈다. 쇼지호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볼게 별로 없기도 하고, 애초에 모든 호수마다 멈춰서 구경할 생각은 아니었다. 저녁에 바이크를 타는 건 춥고 위험하기 때문에 되도록 해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고 싶었다.

모토스호, 물이 많을 때는 꽤 앞까지 차오른다고 한다.

후지 5호는 호수마다 캠핑장이 있고 경관이 좋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갔을 때 모토스호의 캠핑장은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워낙 고지대라 겨울이 금방 찾아오기 때문에 시설 관리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았다. 실제로도 도쿄와 달리 후지산 근처는 기온이 상당히 낮았다. 덕분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용하고 좋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캠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일본에 오게 되면 그때는 모토캠핑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았다.


사진을 좀 찍고 다음에는 카와구치호로 향했는데 도중에 지나는 사이호에서도 멈추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 구경을 했다. 넓은 호수와 슬슬 지기 시작하는 노을 그리고 그 노을이 걸려있는 구름 낀 후지산이 장관이었다. 호수 반대편으로는 민가의 불빛이 하나 둘 반짝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비슷한 장면을 어디에서 봤더라 생각하고 있자니 스위스 취리히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취리히도 거대한 호수를 끼고 있어서 저녁에 보이는 호수와 주변의 불빛들이 장관인데 그와 느낌이 비슷했다. 호수의 공기는 차갑고 신선해서 기분이 좋았다.

카와구치호의 모습. 왼쪽 사진은 후지산인데 구름에 가렸다.

카와구치호에서는 한 캠핑장에 멈춰서 호수를 구경했는데 텐트마다 슬슬 불을 피우고 있었다. 조용한 호숫가에 텐트를 치고 불을 피워 노을과 함께 바라보는 호수는 어떨까. 나는 그들이 조금 부러웠다. 캠퍼들은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3박 4일간 여러 지역을 돌며 느낀 거지만, 일본에는 관리가 잘되어있고 주변 풍경이 살아있는 캠핑장이 많았다. 이런 점은 확실히 일본이 한국보다 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강화도에만 가봐도 여기는 주변 경관이 괜찮네 싶은 자리마다 형형색색으로 번쩍이는 횟집과 펜션들 투성이라 경관을 망친다. 그에 비해 일본은 주변과 어우러질 수 있는 형태를 많이 취하는 것 같다. 그 예로 야마나시의 주유소와 편의점 간판은 브랜드 본연의 빨간색 파란색이 아니라 갈색이었다. 누구의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주변 자연과 그것을 보는 관광객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을 터다.


호수를 충분히 둘러봤다고 생각한 우리는 마침내 그날의 숙소로 향했다. 후지 5호라면서 아직 호수는 네 개만 나오지 않았나? 싶은 분들이 계시겠지만 마지막 호수인 야마나카호는 다음날인 3일째에 볼 예정이었다. 하코네로 이동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게 더 효율적인 동선이었다.


우리는 카와구치 다리를 통해 호수를 건너서 후지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달렸다. 숙소는 고작 10분 정도 거리였기 때문에 그날의 라이딩은 사실상 종료였다. 도중에 근처의 로손에 들려서 야식으로 먹을 맥주랑 과자를 조금 샀다.

편의점 앞에서 찍은 사진. 해가 거의 다 기울었다.

료칸의 이름은 타이헤이로 내가 일본의 료칸 하면 상상하는 고리타분한 외관이 아니라 깔끔했다. 갈색 벽돌로 나름 세련된 모습이었다. 바이크를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오랜만의 온기가 푸근하게 느껴졌다. 체크인을 하는 동안 직원이 바이크를 타고 여행하는 게 멋있다느니 일본어를 잘하셔서 다행이라느니 립서비스를 많이 해줬는데 역시나 일본의 료칸은 서비스가 좋았다. 방을 안내하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창 밖으로 보이는 후지산이 멋있을 거라는 얘기를 해서 꽤 기대가 되기도 했다.


짐을 풀고 옷을 기모노로 갈아입고 저녁 먹기 전에 온천에 들어갔다. 탕은 하나뿐이라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바이크를 타느라 차가워진 몸을 데우기에는 충분했다. 게다가 전세를 낸 것처럼 우리 말고는 손님들이 없어서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더 넓고 탕도 다양한 온천에 간 적도 있었지만 이날만큼 만족스러운 온천은 처음이었다. 몸이 따뜻해지고 여로가 녹아내리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온천욕을 끝낸 다음에는 저녁을 먹었는데 여기서부터는 자신 없는 음식사진과 설명 타임이다.

코스처럼 여러 요리가 차례로 나왔다.

사실 내가 뭘 먹었는지도 모르는 음식들이 많아서 설명할 자신이 없다. 기억나는 몇 개만 말해보자면. 말고기 사시미, 이건 내가 말고기를 먹어보는 게 처음이라 평하기 어렵지만 쫄깃하고 일단 맛있었다. 소라 숙회, 이건 모두가 상상하는 바로 그 맛이다. 그 지방의 소고기로 만든 스키야키나 사시미도 있었는데 요것들도 맛있었다. 맨 오른쪽 사진은 고기 완자와 양념이 밴 무조림으로 계속 같은 말만 하는 것 같지만 맛있었다. 절임이나 반찬 같은 채소류들도 신선하고 좋았다. 듣기로는 료칸의 차림상을 "가이세키"라고 해서 뭔가 정해진 순서와 방식으로 음식이 나온다는 모양인데 이쪽은 나도 잘 몰라서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말 만족스럽게 먹고 마셨다는 점이다.


여행도 이제 마무리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방으로 올라가서 이전에 사둔 맥주와 과자를 먹으며 TV를 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을 청했다. 2일 차 여행을 요약하면 정말 좋은 시작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평화로운 바이크 코스, 멋있는 호수들, 편안한 온천과 맛있는 저녁, 이보다 좋은 시작은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여기부터는 여행과 별 관련 없는 잡담 시간이다. 넘기실 분들은 그냥 넘겨도 된다.


부록 1 - 혼다 레블 250에 대하여

레블 250에 대한 한줄평을 하자면, 쉽고 편한 바이크라고 말하고 싶다. 250cc 단기통 엔진은 진동도 적고 수랭식이라 높은 RPM을 써도 엔진에 무리가 가는 것 같지 않았다. 덕분에 배기량에 비해 꽤 힘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게다가 혼다 엔진의 내구성과 연비는 모두가 인정하는 강점이니 여러모로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시트에 앉았을 때 발의 포지션도 완전히 포워드는 아니고 센터와 포워드의 중간 정도라서 자연스럽게 무릎을 굽히는 편한 자세가 나온다. 시트고가 낮아서 정지 시 안정적으로 발을 접지할 수 있기 때문에 키가 작은 사람이라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여러 모로 초보자나 입문자가 타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숙련자라고 하더라도 타기 편한 바이크를 원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그 외관이 멋있는데, 크루저의 전형적인 형태를 취하지만 그러면서도 올드하지 않고 현대적인 디자인이 일품이다. 실제로 투어를 하면서 레블을 탄 라이더들을 꽤 많이 봤으니 충분히 검증된 좋은 바이크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느낀 소소한 단점이 있다면 250cc 배기량의 어쩔 수 없는 마력과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이질감이 들 계기판과 라이트, 그리고 작은 연료통 정도가 있다. 만약 나라면 500cc이상 모델을 살 것 같지만 이 부분은 취향의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연료통과 계기판은 내가 한국에서 타는 로얄엔필드의 클래식 350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고 다른 사람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록 2 - 만화얘기

바이크 얘기는 아니고 이번 2일 차 여행과 앞으로 나올 장소들 중 "유루캠"이라는 만화와 연관이 있는 장소들이 꽤 있다. 유루캠은 일본의 캠핑 만화로 야마나시와 후지산 근처, 이후 4일 차에서 소개할 이즈라는 지역이 작중 배경으로 등장한다. 후르츠 라인에서 소개한 홋타라카시 캠핑장이나 모토스호의 캠핑장이 나오는 스토리도 존재한다. 만화 자체는 큰 갈등이나 스토리 없이 잔잔한 캠핑 관련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본의 캠핑장에 관심이 있거나 생각 없이 보는 만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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