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요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정말로 암흑기였습니다. 당연히 전세계가 그랬겠지만서도... 특별히 제 개인적인 고통이 꽤 심각했습니다.
뭐 하나에 집중이 잘안되어서 진득하게 해본적이 없고 회사일은 엉망이었고 몸은 고장날대로 고장나서 지옥이 따로 없었고요. 무엇보다 안타까웠던건 무척이나 갑자기 둔해진 뇌. 였습니다. 아니, 뭔가 둔하기 보다는 뿌연 느낌이라고 할까요 뭐든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머리속에서 이동하는데도 입국수속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뭔가가 떠오를때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략 20년전 저희 부친께서는 일에 사용하시는 정보를 보관하기 위해서 무려 '도트프린터'라는걸 사용하셨습니다. 요즘엔 완전히 사라진 물건이지만(어쩌면 암흑의 대학원같은 곳엔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당시엔 대다수의 오피스가 사용하던 물건이었습니다. 까만 먹지가 있고 촘촘한 바늘이 있어서 종이 위를 먹지로 콕콕 찔러 인쇄합니다. 사실 지금도 비슷하죠. 지금은 그냥 작은 노즐이 뿌리니까... 재미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시의 프린트는 나오는 시간이 무척늦어서 뭔가 걸어놓고 커피를 한잔 하고와도 되는 수준이었는데요. 일을 하는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의외로 뭔가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프린트 소리 (도트프린터는 소리가 꽤 컸으니까요)를 들으면 커피잔을 들고 월급루팡이 따로 없었는데도 '나는 일하고 있어...'같은 착각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쓸데없이 프린터 이야기를 한건 제가 브레인포그(이렇게 부르더군요)를 극복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함이예요. 딱 2020년에 제 책상을 설명하자면 자리에 모니터 2개(심지어 4K), 옆에 타블렛에는 유튜브가 틀어져 있고 핸드폰엔 카톡+인스타+카카오페이지 등 앱이 계속 켜져 있고 앞에는 그림그리는 타블렛이 따로 있었어요. 엄청난 조그마한 모니터 픽셀들의 수많은 빛들속에서 조금 어지럽더니 갑자기 생각이 들더군요. 이거 다 보고는 있나? 사실 하나도 안보고 있는거 아냐? 그 방은 그렇게 넓은 방이 아니었고 방은 모든 기기들이 내뿜는 따스한 공기에 땀이 날 지경이었구요. 빛이 나지 않는 어딘가를 보고 싶어졌어요. 드르륵드르륵 머리속에 어린 시절의 프린터 소리가 맴돕니다. 커피는 편하게 마셔야죠. 맞아요.
사실 저의 어려움은 다 하나였는지도 몰라요. 한번에 하나. 그리고 빈틈을 꼭 가질것. 집중을 한다는 것은 그런것인거 같습니다. 저는 무척 오랜시간 그것들의 생각 연재에도 저의 현생에도 제 자신의 관리에도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조금 돌아와서 이렇게 브런치에 글이라도 쓸 수 있어요. 다행입니다. 정말 나중에 용기가 나면 말씀드리겠지만 죽을뻔 했거든요.
다시 뵙게 되어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것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떠드는걸지도 모르지만... 뵙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너무 늦었네요.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