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민 끝에 휴직을 결정하고 앞으로 이 시간 동안 무얼 할 것인가 생각하던 중에 어느 날 베프가 갑자기 교회를 간다고 한다. 이번주에는 왠지 교회에 꼭 가봐야 할 것 같다는 말에 갑자기?라는 생각과 함께예배시간을 물어보았고 어린이 예배와 성인예배가 동시에 열한 시라는 말에 고민 없이 나도 데려가!!!라고 외쳤다.
14살 중학교 일 학년.. 친구에 미쳐있을 시기에 나는 이 친구를 만났다. 같은 반이었는데 이쁘고 귀여워서 너무 친해지고 싶었다. 이 친구랑 평생 단짝 친구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결국 기도는 이루어졌고 지금 우리는 26년째 베프다. 14살에 내가 다니던 우리 동네에 있는 아주 작은 개척교회.. 그곳은 우리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젊은 목사님께서 갈곳 없이 심심해서 몸부림치던 우리들을 데리고 한강이며 수영장이며 이곳저곳 참 많이 데리고 다니셨고 중학생인 우리는 그 교회에서 초등부 교사도 하고 율동도 하고 시험기간이면 벼락치기를 한다며 교회에서 밤을 새워 공부는 안 하고 그냥 같이 놀았다. 거기서 첫 남자친구도 사귀어보고.. 물론 아주 순수했다.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교회를 내 집처럼 다니며 추억을 쌓고 중학생 시절을 보냈고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우리는 더 이상 교회를 나가지 않았다.
그 이후 내 친구는 교회라는 곳을 가지 않았고 나는 이십 대 초반 부모님을 따라 다시 다른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며 청년부 활동도 했다. 청년부도 참 재미있게 활동했다. 그러다가 얼떨결에 중고등부 교사를 일 년 동안 맡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어찌나 부담스러웠던지 교회 가기 전날 잠이 안 올정도였다. 그래도 나름 책임이 있으니 중고등부 수련회도 이끌며 따라갔었다. 청년부 시절에도 나는 교회에 열정적인 편은 아니었다. 술 먹고 놀기 좋아하는 세상에 그냥 폭 빠진 사람이다... 술 먹다가 기도하다가 뭐 그랬다.
찬양예배에 가서 잔뜩 눈물 흘리며 위로받고 친구한테 전화해서 술 먹으러 가는 그런... 신앙인이다. 그러다가 남편을 만났고 남편은 신앙이 없어도 연애시절 나를 따라 교회에 나갔다. 하지만 직업특성상 주말에 일을 하기에 교회에 계속 나갈 수 없었고 나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친정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에 함께 다니다가 코로나 시작 후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교회를 다시 다니고 싶었지만 친정 부모님과 같은 교회에 다니는 건 싫었다. 그런데 집 근처 교회는 어린이 예배가 9시다. 주일에 9시 예배를 가는 건 도저히 힘이 들었다. 매 번 늦잠을 잤다. 핑계가 명확했다.그런데 친구가 간다는 교회는 위치도 딱 좋았고 어린이 예배와 성인 예배가 동시에 11시란다. 게다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교회.. 내가 찾던 딱 그런 교회였다.
그렇게 39살인나는 내 친구를 따라서 다시 교회에 나갔다. 14살에는 내가.. 39살에는 친구가..
다시 교회로 이끌었다....
그렇게 나의믿음이 다시 회복되면서 청년부시절 갔던 중고등부수련회를 떠올렸다. 그 수련회의 주제가 '회복하다'였는데 지금 내 삶에 다시 회복이 찾아왔음을 강하게 느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교회를 나가고 믿음을 회복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은평생 교회를 잘다니기로 결심했다. 상처가가득해서 너무 아프기만 하던 내 마음에 회복과 평안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주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교회를 가는 삶이 시작되었지만 지금 내 친구는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 언제 가는 다시 오리라고 믿고 있다. 나는 지금 아이들과 열심히 적응하면서 다니는 중인데 내가 속해있는 우리 교회의 작은 모임 구역은 젊은 애엄마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부분 평일에 일을 한다. 반면에 나는 지금 쉬고 있으므로 속회장을 맡은 집사님이 나를 자꾸 불러내신다. 그렇게 속회모임을 나가서 따라다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나는 하루하루 또 회복되고 있으며 성장하고 있다. 결국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