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가면 기가 빨리는 나는 요즘 내 성격과 반대되는 일들을 벌려 놓고 그것들을 감당하고 있다. 아이 축구 모임이 그렇다. 단톡방에서 언제 야외 훈련을 한다고 공지가 뜨면 그곳으로 아이를 픽업해서 가야 하고 엄마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스몰토크를 하고 있다. 단톡방에서 조차 낯을 가리고 있는 내 성격 상 단톡에서 의견을 말하는 일은 거의 없고 그저 눈팅만 주야장천 하며 다수의 의견에 따라가고 있다.
나름 축구 선수반에 가입하고 각오를 한 일이지만 무척 예민한 나는 대회를 앞두고는 긴장감과 불안함에 두통이 몰려오고 그 행사가 끝나기 전까지 밥을 못 먹는다. 그래도 우리 아이만 소외받는 건 싫어서 웬만한 대회와 행사에 다 참석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저기 눈치 보며 따라다니느라 진이 빠진다.
생각보다 힘들었는지 요즘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증상도 다시 생겨났다. 그러다가 생각해 본다.
나 지금 단련하는 중인가..?
어차피 나는 성장해야 한다. 나는 못해. 힘들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나뱉고는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는 나 자신을 느끼면 다시 무기력해진다. 그럼 난 또 이부자리에 누워서 하루종일 내 자신은 못해. 나는 쓸모가 없어라는 생각에 빠질 것이다. 지금 처음이라 힘든 거지 몇 개월만 지나면 이것도 적응할 것이고 사람들도 익숙해지고 친해질 것이다.
매번 나약해빠진 나란 인간이 아이 둘을 키우려면 강해져야 하므로 지금 이 시간이 나를 단련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요즘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그런지 체력은 엄청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몸과 마음이 다 약했지만 지금은 마음은 좀 약해도 몸은 강해졌다. 마음이 몸을 지배해서 위와 장이 멈추고 두통이 오긴 하지만 예전처럼 몸살이 나고 편도가 부어 앓아누워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이들도 얼마나 건강하고 씩씩하면 딸은 태권도 선수단을 하고 ,, 아들은 축구 선수반에 들어갔다.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뿌듯하다.
그런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나는 더 이상 못해, 힘들어죽겠어라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단련 중이다.
단련하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다 하는 슈퍼우먼이 되어 있으려나?
이제 번아웃 따위에 지지 않고 내 시간을 틈틈이 챙겨서 잘 감당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