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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Jul 17. 2024

첫 출근하고 추노

사회 부적응자가 되었나.......?

이제 휴직한 지 딱 일 년이 채워져 간다. 목표한 일 년을 채웠으니 다시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기에 취업사이트를 매일매일 확인했다. 그런데 집 앞에 사무실에서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근무시간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또..?) 였기에 너무 편할 것 같았다. 막상 이렇게 바로 일할 생각을 하니 조금 망설여졌지만 여기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면접 제의가 와서 면접까지 봤다. 희망연봉은 못 받았지만 집 앞이고 이제 시작하는 사무실이라 당장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제일 마음에 걸리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내가 여기서 막내라는 점과 둘째는 실무를 하다가 막혔을 때 직접적으로 알려줄 사람이 딱히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경력직으로 들어간 것이고 그래도 같은 과장 직급을 준다고 하니 일단은 괜찮을 것 같았다. 일단 부딪혀보고 결정하자라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드디어 그만 쉬고 출근하기로 했다고 알리고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첫날 면접 본 대표님과 전무님은 자리에 없고 실장님과 과장님 두 분만 있다. 그래도 간단하게 자기소개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인수인계가 없단다. 내가 오기 이전에 다른 직원이 3일을 일하고 그만두어서 인수인계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컴퓨터를 켜고 문서와 자료를 확인하고 시간이 흐르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두 분과 밥을 먹으러 나가는데 대뜸 "너는 안 먹는 음식 있어..?"라는 질문이 훅 들어온다......... 


잉? 너..?? 아니 내 나이도 어리지 않은데 어째 처음부터 너라는 호칭에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다. 처음부터 반말을 하는 것도 어이없긴 하지만 너라는 호칭은 지금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렇게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르게.. 그래도 함께 밥을 먹으면서 스몰토크를 하다 보니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금방 친해질 수 있으니 그럴 수 있다 생각했고 거래처에 인사차 전화를 돌려야 하는데..... '너'라는 호칭에 한방 맞아서 그런지 거래처에 전화해서 누구 과장입니다 라는 멘트를 차마 못하겠다. 그래서 전화는 내일 돌리자라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하루동안 모니터 앞에서 멍 때리며 아무것도 못하고 퇴근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앓아누웠다. 열이 나는 것 같아서 진통제까지 먹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자리에서 막내 노릇을 못할 것 같다. 아니... 하기가 싫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마음이 계속 올라왔지만 처음이라 그렇겠지..라는 마음도 들어서 그래도 다시 마음을 잡고 두 번째 날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는데 아무도 대답을 안 한다. 

여기는 이런 분위기 인가보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나는 도저히 이런 분위기에서 특히 막내로 일 못한다.라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대표님방에 들어가서 저와 안 맞는 거 같아서 못하겠다고 말했는데 대표님이 처음이라 그렇다며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하자고 하신다. 대표님은 괜찮은데 직원들이 이상해요라고 차마 말은 못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며 그렇게 사무실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대표님께 전화해서 도저히 못 있을 거 같아서 나왔다고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나의 복직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날 저녁 대표님이 전화 와서 솔직하게 말해달라며 직원들이 눈치를 준건 아니냐고 물어보셨다. 직원들 핑계는 대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 자리가 저랑 너무 안 맞았다는 말로 둘러말하며 죄송하다고 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한 참을 생각에 잠겼고 나도 내가 너무 한심해서 오랜만에 소리 내어 펑펑 울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다시 일을 안 하기로 했다고 해명해야 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면접 볼 때 더 디테일하게 묻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일단 해보기로 하고 그만두는 과정은 회사에도 민폐였지만 나 자신에게도 깊은 생채기가 났다. 내가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찍힌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 만에 입사 취소를 하고 일주일 정도는 계속 우울하고 속이 상해있었다. 그러다가 교회 사모님이 스치면서 해준 말이 너무 위로가 되었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안 맞는 게 있었을 거예요."라는 말이었다. 

맞다.. 딱히 말로 설명이 안되어 더 답답했고 적응 못하고 도망쳐버린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는데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뭔가 싸함이 나를 짓눌러버렸던 것이다. 지금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았던 지난 사회생활들을 떠올려보면 내가 적응 못할 이유가 없다. 내가 그 자리가 싫었던 이유를 정리해 보면


1) 첫 만남에서 반말하는 직원들의 무례함

2) 실무진들의 입만 열면 투덜거림

3) 인수인계가 전혀 안되어있고 물어보면 다 모른다고 함

4) 세팅이 안되어 있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 

5) 이런 분위기에서 막내 포지션으로 있기 싫다

6) 실무를 책임지고 알려줄 사람 없음


결론은 여기서 이 사람들과 단 하루도 일하고 싶지가 않다


이 글을 발행하기까지 꽤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 그렇게 도망친 나 자신을 다시 마주 보기가 싫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시간을 돌려서 그때의 나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똑같이 그곳에 이력서를 넣었을 테고 면접 후에 출근을 했을 테고 똑같이 하루 만에 나왔을 것 같다.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동생에게 말했는데 동생은 듣자마자 처음부터 반말하는 사람??  언니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잖아 하면서 피식 웃는다. 

맞다. 그때부터 괜찮지가 않았던 거다. 그래도 애써 괜찮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인사를 안 받는 모습을 보고는 사람들과 한 시간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인사를 먼저 하지 않아도 최소한 상대방이 인사를 하면 받아주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지 않다.


내 탓이 아니다. 내 안에 불안 이를 잠재우자. 다시 또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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