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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부 Dec 06. 2023

쇼핑하는 이유

소비사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를 알면, 어떤 회사가 잘 운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이해하고 나면, 어떠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좋은 지 알 수 있다.


주변에서 아무리 “나만 알고 있는 정보인데,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라며, 주식을 추천해 주어도, 해당 주식이 똥인지 된장인지 분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30대까지 “필요에 의해” 물건을 샀다. 예컨대 신발이 필요해지면, 지하상가나 인터넷에서 만 원짜리 신발을 사서 신었다. 왜냐하면 신발의 주된 용도는 내 발을 보호해 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발가격이 3만 원을 초과하는 신발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40대 이후에는 “타인에게 인정” 받기 위한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농구하러 갈 때는 3만 원 하는 신발 대신 20만 원이 넘어가는 조던 신발을 신는다. 아침에 요가하러 갈 때는 만 원 하는 요가복이 아닌 10만 원이 넘는 룰루레몬 요가복을 입고 간다.


이렇게 비싼 신발과 요가복을 입은 이유는 다름 아닌 “타인에게 인정” 받기 위해서다. 비싼 녀석을 신고 가면 농구를 못해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비싼 요가복을 입고 가면 요가를 못해도, 요가 전까지 고수의 냄새를 풍길 수 있다.


초기 자본주의에서는 소비자들이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매했다. 유식한 말로 “사용가치” 때문에 물건을 구매했다.


후기 자본주의에서는 소비자들이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를 두고 “기호가치” 때문에 물건을 구매한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라, 요즘 세상에 신발이 한 켤레도 없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 동네 앞 지하철 역에 있는 노숙자들도 신발이 두 세 켤레는 있다.


이렇게 모든 물건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더 팔아먹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자본가들은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우리를 세뇌시키기 시작했다.


우리가 본 냉장고 광고를 떠올려 보라. 냉장고와 관련한 설명은 거의 없다. 다만, 우아하게 생긴 30대 여성이 끝내주게 멋진 집에서 샴페인을 마시면서 부엌을 쓱 지나간다. 그리고 여성 뒤로 냉장고를 비추고, 마지막에 브랜드 이름만 나온다. 냉장고 광고를 보고 있으면, 집에 있는 멀쩡한 냉장고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키의 신발 광고도 떠올려 보라. 광고에서 그들은 신발이 얼마나 좋은 지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나이키 레깅스를 입은 몸매 좋은 여성이 새벽바람을 가르며 강변을 조용히 뛰어간다.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다가, 마지막에 나이키 로고와 슬로건(Just Do It)만 잠깐 나온다.


광고와 마케팅의 핵심 역할은 상품에 “기호 가치”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중이 선망하는 스타에게 상품을 착용하게 하고, 스타의 긍정적 이미지를 상품에 입힌다.


"기호가치"가 잘 씌워진 상품은 경쟁사 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다. 만드는데 5달러 밖에 들지 않는 레깅스를 100달러에 팔 수 있고, 만드는데 20달러 밖에 들지 않는 신발을 200달러에 팔 수 있다. 1500달러에 팔리는 스마트폰의 제조원가는 500달러 밖에 되지 않지만, 해당 브랜드 충성 고객들은 신제품 출시일에 맞춰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운다.  


얼마 전에 첫째 딸 학부모 총회에 다녀왔다. 가죽 공예를 하면서 가방에 관심이 많았던 내 눈에 어머님들 가방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가방의 가격에 따라서 어머님들의 재력을 판단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어머님들은 샤넬과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오셨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사는 나라인 줄 몰랐다.)


장기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강력한 기호가치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면 좋다. 비싼 가격을 받아도 소비자들이 줄 서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다. (높은 ROE) 가성비로 싸우는 기업은 기호가치가 없기 때문에 다른 가성비 업체가 등장하게 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업이 망가지고 만다.


인터브랜드 100대 브랜드를 활용하면, 기업의 "기호가치"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스스로가 트렌드에 둔감해서 룰루레몬과 테슬라를 몰랐더라도 인터브랜드를 알고 있었다면 10년 전부터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챗 GPT 4.0


<참고문헌>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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