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부 Dec 09. 2023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합니다.

미국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면, 한국 사람들은 수학에 엄청난 재능을 보인다. 왜냐하면, 수학을 암기 과목처럼 공부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문제를 보자마자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야 할지 바로 떠올려야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래서 기출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어보고 유형별로 푸는 방법을 암기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학년이 올라가고 대학교 4학년, 대학원생이 되면 수학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미국인들이다. 미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수학을 암기해서 풀지 않고, 스스로 이해하며 풀어나간다. 스스로 이해하고 문제 푸는 힘을 가진 학생은 새로운 유형에 직면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풀어 나간다.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온라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고 보고한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 회사는 경쟁사들과 비교해서 작은 업체였기 때문에 마케팅 예산도 굉장히 적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떠한 기업도 시도해 보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계획 수립이 필요했다. 예산이 풍부했다면, 경쟁사들처럼 점포 광고, 잡지 광고, 공항 광고 등을 할 수 있었겠지만, 적은 예산으로 경쟁사의 방법을 쫓아가는 것 무모한 일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마케팅 계획은 본사의 반대로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반대 이유는 바로 “경쟁사가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이었기 때문에 실패 위험이 높다는 점이었다. 


B형 간염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한국인이다(김정룡 박사).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는 미국, 프랑스에 이어 3번째로 늦어졌다. 상용화가 늦어진 이유는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백신 심사 및 허가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상용화를 할 때 항상 “다른 나라의 기준”을 보고 따라 했다. 하지만, 간염 백신의 경우 다른 나라로부터 참조할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과 프랑스가 상용화되고 나서야 허가를 마칠 수 있었다. 


위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보지 못한 자는 리스크가 두려워 기존 카테고리 안에서만 유지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식 투자를 할 때 기업을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카테고리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회사와 남이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 안에 머물기만 한 회사다. 카테고리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회사는 세상에 없던 것을 수많은 실패와 도전을 통해 만들어 본 회사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이 가능한 회사는 직원들의 도전을 장려하는 회사다. 실패에 엄격한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도전을 회피하고 안전한 길을 추구한다. 안전한 길만 가는 직원들이 가득한 회사는 역설적이게도 경쟁에서 점점 밀리고 시장에서 도태된다. 왜냐하면, 세상은 언제나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을 때 변화하지 않은 수많은 기업들은 도태되었다.  


룰루레몬은 에슬레저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챗 GPT가 말하는 에슬레저의 뜻은 다음과 같다. 


“"에슬레저(Athleisure)"는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의 합성어로, 운동복을 일상복처럼 편안하게 착용하는 패션 스타일을 말합니다. 이 스타일은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기능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의류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요가 팬츠, 레깅스, 스포츠 브라, 스니커즈, 플리스 재킷 등이 에슬레저 스타일의 대표적인 아이템입니다. 에슬레저는 편안함과 실용성에 중점을 둔 동시에 패션 감각을 유지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트렌드입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요가복을 밖에서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0년 뒤 캘리포니아에서는 룰루레몬 운동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젊은 여성들이 흔해졌다. 현재는 실리를 중시하는 Gen Z 세대(1997~2012년생)를 중심으로 에슬레저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미국의 사모 펀드인 인사이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2028년에는 에슬레저 시장이 10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시장 규모에 두 배에 달하는 크기다. 에슬레저와 관계가 없는 갭, 빅토리아 시크릿, 리바이스 등도 에슬레저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https://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1902#:~:text=%EB%AF%B8%EA%B5%AD%EC%9D%98%20%EC%82%AC%EB%AA%A8%ED%8E%80%EB%93%9C%EC%9D%B8,%EB%A1%9C%20%EC%84%B1%EC%9E%A5%ED%95%A0%20%EA%B2%83%EC%9C%BC%EB%A1%9C%20%EC%A0%84%EB%A7%9D%ED%96%88%EB%8B%A4.


에어비앤비는 숙박공유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힐튼호텔처럼 호텔 건물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힐튼 호텔의 두 배다. (437억 달러 vs 895억 달러, 2023년 12월 기준) 현재는 숙박 시설 공유뿐만이 아니라, 현지 체험 활동도 중계해 주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핵심 가치 중의 하나는 “모험을 받아들여라(Embrace Adventure)” 다. 모험을 받아들이는 사내 문화는 새로운 도전을 장려했고 숙박공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엔비디아는 GPGPU라는 카테고리를 처음 만들었다. 엔비디아는 원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 GPU가 병렬연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GPGPU를 개발했다. 엔비디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칩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플랫폼(CUDA)도 제공했다. 인공지능 연구를 하는 개발자들이 손쉽게 엔비디아 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플랫폼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전 세계 개발자의 대부분이 엔비디아가 만든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뒤늦게 엔비디아의 경쟁사들이 연합에서 개발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이미 개발자들은 엔비디아의 프로그래밍 모델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방식을 배우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파운드와 인치를 사용하고,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아직도 한글과 컴퓨터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 19세기 타자기에서 시작된 QWERTY 배열이 21세기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들을 보면 인간은 한 번 익숙해진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최초로 HBM이라는 RAM 메모리를 만들었다. 컴퓨터가 작업할 때 책상(RAM) 위에 여러 데이터를 꺼내 놓고 작업을 한다. 그런데, HBM은 어마 어마하게 큰 책상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데이터를 꺼내 놓고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 인공지능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HBM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런 카테고리를 SK 하이닉스가 처음 만들었고,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https://evertiq.com/news/53595


구글(알파벳)은 얼마 전에 조용히 GNoME이라는 AI 도구를 발표했다. GNoME은 새로운 물질을 찾아주는 도구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새로운 물질(결정체)을 발견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일일이 직접 실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GNoME을 활용하면,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 준다. 벌써 220만 개의 새로운 결정체를 발견했고, 그중 700여 개가 실험실에서 테스트 중이다. 새로운 물질의 발견은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효율을 높여주고, 인공지능칩의 성능을 대폭 향상하며, 청정에너지의 도입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카테고리를 새롭게 개척한 기업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카테고리에 진입한 기업은 시장 선점이 어렵고, 시장 리더가 먹고 남은 수익을 하이에나처럼 가져가야 한다. 예컨대,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칩 시장을 독식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HBM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카테고리를 새롭게 개척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필요하거나, 경영자가 뛰어난 선구안을 갖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참고로 어떠한 기업들의 기업문화가 도전과 실패를 장려하고, 우수한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지는 글래스 도어에 들어가 확인해 볼 수 있다. 

https://www.glassdoor.com/Award/Best-Places-to-Work-LST_KQ0,19.htm


<참고 서적>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지음


<이미지 출처>

챗 GPT 4.0

매거진의 이전글 쇼핑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