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몬드> 리뷰
알렉시티미아
감정 표현 불능증, 1970년대에 처음 보고된 정서적 장애. 아동기에 정서 발달 단계를 잘 거치지 못하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혹은 선천적으로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 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거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29p
이 소설은 감정이 없는 아이의 이야기다. 선천적으로 두려움, 슬픔, 동정, 웃음을 느끼지 못해 감정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세상 사는 방법을 배워온 아이에게 일반사람이라면 감정이 요동칠 상황이 닥친다.
묻지마 살인으로 할머니는 사망하고, 어머니는 식물인간 상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지라질 정도로 울고 슬퍼해야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 '선윤재'는 담담하다. 가족이 죽었을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지 못한 그가 표현하는 이 담담함이 오히려 더욱 더 쓸쓸하고 처량하게 느껴진다.
책을 읽을수록 감정없는 아이가 서술하는 상황에 눈길이 간다
감정을 느끼지 못해도 어떤 행동이 옳은지 알고 있고,
감정이 없다보니 사람을 대하는 편견도 없다.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에만 집중하고 그에 따라 사람을 대한다.
남들은 다 포기해도 곤이를 포기하지 않는그를 보면서 괜히 눈물 지어진다.
'윤재'의 행동을 보면 진정 중요한 것은 감정을 느끼고 못느끼고가 아니다.
감정이 있음에도 '감정'이라는 핑계 속에서 자기 행동을 합리화 하는 사람들.
이를 통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