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 이사를 갔다. 이사 간 집 바로 오른쪽에는 ‘여명 교회’가 있었다. 저녁때쯤 되면 교회의 간판에는 불빛이 들어왔는데 배터리가 나갔는지 ‘명’ 자에는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 당시 한문 공부에 열중이었는데 ‘밝을 명’ 자가 불빛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웃기고 신기했다. 간판뿐만 아니라 교회는 겉으로 봤을 때 낡아 보였다. 입구는 초록색 쇠문으로 되어있었는데 녹이 슬어서 손잡이 부분에는 듬성듬성 하얀 때가 탔다. 들어가기 싫은 입구였다.
나는 그 당시 교회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교회뿐만 아니라 성당, 절 또한 가본 적이 없었다. 종교가 뭔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고 황금 같은 일요일에 딴 곳은 가고 싶지 않았었다. 일요일 오전에는 날아라 슈퍼보드, 꾸러기 수비대, 알라딘 같은 만화를 했기 때문에 TV 앞에 앉아있어야 했다. 그날도 역시 만화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손오공이 적을 무찌르는 장면에서 갑작스레 등장한 불청객에 짜증이 솟구친 상태로 문을 열어주러 갔다. 문 앞에는 나랑 비슷한 또래 2명과 어른 한 명이 서있었다. 사탕 몇 봉지랑 네모난 팸플릿 하나 주면서 여기 앞 ‘여명 교회’에 오라는 것이었다.
“그전에 살던 친구는 꾸준히 교회 왔단다”
마치 나도 당연히 교회에 가야 된다는 식으로 문 앞 어른은 말씀하셨다.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문을 닫았다.
물론 그 이후에도 교회는 가지 않았고, 주기적으로 두드리는 대문 소리는 나를 곤란케 했다. 손오공의 여의봉으로 대문을 두드리는 요괴들을 혼내주고 싶은데 내게 그런 무기는 없었다. 나는 무기보다는 ‘머리’를 쓰기로 했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우리 집은 불교래요. 저도 불교 믿으려고요”
문 앞에 서있는 요괴들에게 일격을 날렸다.
“아 그러니? 그래도 한번 교회 와서 과자도 먹고,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봐”
내 일격은 빗겨 났다. 일격이 빗겨 나면 허점이 생긴다. 내게 남은 방법은 딱히 없었다.
일요일 오전 교회에 갔다. 흰색 때가 탄 녹색 입구를 지나 사다리처럼 빽빽하게 놓인 긴 나무의자에 앉았다. 옆을 돌아보니 같은 한문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보였다. 그 친구가 내겐 하느님처럼 보였다. 친구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지났다. 앞에는 한 분이 무슨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고, 다 같이 일어서서 노래를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래도 잘 따라 했던 것 같다. 미사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걸 끝내고 입구에서 나와 왼쪽 쪽 길로 가니 강당처럼 큰 공간이 있었다. 거기에는 나랑 비슷한 또래들만 있었다. 거기서 술래잡기를 했던 것 같다. 잘 놀다가 집에 돌아왔다.
재미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는데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내겐 하느님보다 TV 화면 속의 손오공, 사오정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어쩌다 한 번씩 교회를 가긴 했다. 교회 입구에는 상자가 하나 있었는데 어른들은 거기에 천 원짜리 지폐, 만 원짜리 지폐를 넣고는 했다. 나는 넣지 않았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그 앞을 지나갈 때는 장난치지 않고 또박또박 걸었다.
내게 교회의 경험은 이게 끝이다. 우리 가족 중에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없었고 그 때문에 나는 교회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이사한 집 바로 옆에 있는 ‘여명 교회’가 아니었다면 나는 교회가 어떤 곳인지 몰랐을 것이다. 지금은 생각해보면 대문을 두드렸던 요괴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본인들도 막상 불편했을 것 같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차라리 여의봉으로 누군가를 혼내주는 건 차라리 쉬웠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