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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루루루 Jul 14. 2020

쌍갑포차 리뷰


 우리는 종종 희한한 꿈을 꾼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타나셔서 숫자를 알려준다던지, 돼지 떼가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고 우글댄다던가, 용이 나타나 나를 태우고 날아가는 꿈 등. 꿈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보통 이런 꿈을 꾸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또를 살 것이다. 비과학적인 미신은 믿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일지라도 꿈이 신통방통할수록 과학적 신념은 희미해질 것이다.      


이 드라마는 이 설정을 따왔다. 꿈속에서 선조들이 등장하는 것, 이것은 선조들의 영혼이 자손들의 꿈속, 드라마 설정 상 ‘그승’이라는 곳에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오리엔탈리즘이 쌍갑포차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승, 주인공들의 전생. 환생, 염라대왕 등의 설정은 이 오리엔탈리즘을 더 돋보이게 한다. 월주의 쌍갑주 색, 귀반장의 변장이나 창술 같은 CG는 자연스레 여기에 동화되어 어색하지 않다.     


 드라마는 무당의 딸로 죄를 지어 십만 명의 한을 풀어주게 된 ‘월주’가 남은 9명의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한을 풀어주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거짓말 때문에 친구를 잃고 친구 딸을 친딸처럼 키웠던 어머니, 3년 동안 한 호텔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취준생, 상사의 성희롱에 고통받는 마트 직원 등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람들, 현대 사회인들이 갖고 있는 걱정거리 등은 앞서 말한 ‘오리엔탈리즘’과 결합하여 한 드라마 두 가지 맛(시대극,현대극)을 부여한다.


 쌍갑포차 직원들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서 사건을 해결한다. 꿈속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선형 계단, 그 끝에 있는 비밀번호 현관문 등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가 보인다. 이 공간은 또 하나의 세계처럼 촘촘히 짜여있어 극에 깨알재미를 줬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쌍갑포차’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갑질 내용이 많지 않았다, 너도 갑, 나도 갑이라는 키워드는 초반에 잠깐 쓰였을 뿐 극 전체적으로는 언급되지 않았다. 메시지가 와 닿지 않았다. 또한 포차임에도 불구하고 ‘음식’ 관련 내용은 주가 되지 않은 게 아쉽다.술 한잔과 따듯한 음식이 고민을 털어놓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로지 '강배'의 초능력에 의존했다.  문제 해결 방식도 다소 작위적이었다. 호텔 회장 사무실에서 USB를 훔칠 때는 당혹스러웠다. 호텔에 취직하게 된 사람은 행복한 엔딩을 맞았지만 그걸 보는 나의 감정은 의문투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건 총 10건의 한풀이 에피소드와 포차 3인방의 전생 서사의 연결고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에피소드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건 ‘그승’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 연출의 힘,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임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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