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루루루 Jun 24. 2020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면 범죄를 저지르나요?

<인간수업> 리뷰

 <인간수업> 이 4월 말 넷플릭스에 업로드됐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소재인 <성매매>를 다뤘고 그 가담자가 10대라는 것

그리고 N번방 사건이 연상되면서 여러 매스컴과 대중들이 설왕설래했었다.


그 논란의 열기가 조금 사그라들 때쯤 인 지금

2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야 <인간 수업>을 보았다.



[의문 투성이의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볼 때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종종 있다.

<더 킹> 에서는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과 절절히 사랑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부의 세계>에서는 지선우는 왜 준영이를 이태오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연기를 꾸미는지 의문이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 의문들은 해결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하지만 <인간수업>에서의 의문은 그와는 다른 부류였다.


먼저 소심한 성격에 공부도 곧 잘하는 '오지수'가 휴대폰으로 성매매 알선 일을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집을 나갔고 가난한 상황에서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했다는 약간의 '정당성'만 서술할 뿐. 왜 성매매 알선 업무인지 어떻게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배규리'는 연예인 기획사 부모님 밑에서 금수저로 잘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성격도 좋고 인싸에다가 부유한 집안의 자녀인데 '오지수'와 함께 성매매 알선업을 하고 싶어한다. 돈을 벌기 위함이라는 목표는 규리가 갖고 있는 현 상황 <금수저>와 대비되면서 더욱더 의문을 낳는다. 왜 돈을 벌고 싶을까?


'서민희'는 왜 성매매를 하는지 설명이 나와있지 않는다. 돈을 벌고 그 돈을 남자 친구에게 쓰는 민희는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됐을까? 왜 굳이 남자 친구에게 '조공'을 바치려고 그 힘든 일을 하는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이 의문들은 계속 드라마를 보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됐을까? 궁금증이 유발되면서 계속 시청하게 만든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를 조금씩 설명한다. 회차가 진행되면서 그 의문이 조금씩 풀린다




[한편으로는 공감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는 일, 생각해 볼 수 없었던 일이라서 생기는 의문 아니었을까?

나는 지수처럼 부모가 집을 나가서 혼자 살아야 할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고

규리처럼 부모의 압박이 심하지 않았다. 민희처럼 조공을 바쳐야 할 연인이 있지도 않았다.

그게 아니라면 어두운 10대의 현실 모습을 내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서, 외면하고 있어서 의문이 생길 수 도 있다.


<인간수업>은 그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지수는 아버지에게 6000만 원을 뺏기고 아버지는 이를 코인 투자로 다 날려버린다.

이와 같은 상황은 지수에게 한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능한 아버지, 돈만 생기면 가족도 팽개쳐버리고 들고 도망가는 부모

그 밑에서 지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꿈을 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돈을 효율적으로 벌기 위해 성매매 알선 업무를 시작했을 수 있다.

범죄라는 사실을 자각했음에도 지수 주변 상황이 범죄보다 더 범죄 같기에 죄책감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면 지수가 주장하는 '경호업'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을 수도 있다. 범죄에 직접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일어나다 보니 죄책감은 희미해진다.


규리는 부모의 압박에 총으로 부모를 쏴버리는 상상을 한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본 적 있다는 사실도 나온다.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녀는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내거나 가출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결국 부모로부터 벗어나려면 부모만큼의 힘을 가져야 되는데, 그렇기 위해 돈이 필요할 것이다.

규리에게 휴대폰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 알선이라는 업무는 달콤했을 것이다.

많은 돈을 가져다줄 것이며 직접 성매매 업무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으로 한 번 거쳐서 이뤄지다 보니

죄책감은 덜고 돈은 더 벌 수 있는 가능성에 흥분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아이러니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어느 순간 응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희가 성매매 일을 하던 그 모텔에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민희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형사에게 발각되지만 잘 빠져나온다. 여기서 나도 모르게 민희를 응원하게 되었다.

'걸리며 안 돼! 얼른 내려가!'


가방에 자본금을 넣고 다니는 '지수'에게 위기가 닥친다.

학생부장 선생님이 갑작스레 반에 찾아와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소지품 검사를 거부하던 지수와 학생부장 선생님은 갈등을 겪다가

소화전이 울리면서 다행히 소지품 검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도 나도 모르게 지수의 위기에 공감하고

'제발... 제발' 외치게 된다.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던 민희가 자꾸 신경 쓰이는 이실장(최민수)

민희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걱정하며 일을 그만두게 하려고 한다.

여기서는 '이실장.. 괜찮은 사람이네'

라고 생각하게 된다.


가해자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그들을 응원한다.

드라마 연출이 주는 긴박함과 주인공의 사정 때문에

잠깐의 시간 동안 범죄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면 범죄를 저지르게 되나요?]


결국 이 드라마는 10대들의 범죄 드라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미성숙한 10대들이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다고 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반면교사 삼아 더 올바른 길로 가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조심스럽다.

혹여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당위성을 부여할까 봐 제작진도 연출할 때 고민했을 것이다.

<인간수업>은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10대들 연락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구를 적어놓았다.


이 문구가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낳으면 안 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