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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루루루 Jul 21. 2020

사이코지만 괜찮아 리뷰

 보건복지부에서 5년 주기로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한다. 가장 최근에 했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 평생 유병율은 25.4%이다.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동안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오늘 만난 사람이 3명이면, 본인 포함 4명 중 한 명은 정신이 아팠거나, 아프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 볼수 있다. 이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작품에 주인공은 총 3명이다.      


 한 명은 발달장애인 형을 보호하느라 평생 한 번도 자신의 삶을 산 적이 없는 사람이다. 1년에 한 번씩 형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한다. 평범한 삶을 꿈꿀 수 없다. 형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지만 내면에는 위선과 가식이 있다. 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발달장애 3급의 고기능 자폐이다. 말을 더듬는다. 지능은 유치원생 정도, 좋아하는 것은 공룡, 싫어하는 것은 나비, 1년에 한 번 <정신적 사고>의 트라우마로 혼란스러워한다.

 마지막 한 명은 감정이 메말랐다. 공감, 배려는 일찍이 담을 쌓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삐딱하다. 동화작가인데 동화를 보는 시선이 색다르다. 흥부와 놀부를 보고 장남 몰빵 상속의 문제점이라 생각하고, 미운 오리 새끼의 주제는 남에 자식 키워보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화가 나면 가위, 칼을 들고 타인을 찌르는데 죄책감이 없다.     


이 세 사람은 비정상인가? 비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가? 주인공 3명과 당신, 통계상 네 명 중 한 명은 정신이 아프다.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을까? 작품은 여기에 주목한다. 네 명 중 한 명은 아픈 이 사회에서 비정상과 정상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그러니 비정상이라 단정하지 말라고, 이상하다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그들은 좀 유별날 뿐이며 위로를 건네 달라고...     


작품은 회를 거듭할수록 위로를 건넨다. 본인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평생 참고 살아온 문강태는 그동안 문강태로 살지 못했다. 드라마 초반부 1~4화에서 그의 이름은 잘 불리지 않는다. 오로지 문상태의 동생, 보호사로 불리는 그에게, 동화 속 마녀 같은 고문영이 찾아온다. 동화에서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게 왕자가 오지만 여기서는 잠자는 왕자에게 숲 속의 마녀가 온다.      


문강태는 상처를 잘 입는 사람이다. 고문영은 칼, 가위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두 상징은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도 드러난다. 칼을 든 문영을 막으려다 강태는 상처를 입는다. 두 사람의 결핍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강태는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고, 문영은 칼, 가위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제 두 사람에 남은 건, 두 사람의 매개체 기도 한 상태와의 관계다.     

 

상태는 동화를 좋아한다. 공룡을 좋아한다. 강태를 좋아한다. 고문영을 좋아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 엄마를 좋아한다. 고길동을 좋아한다. 소음을 싫어한다. 터치를 싫어한다. 폭력을 싫어한다. 거짓말을 싫어한다. 상태는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다.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졌듯 좋아하는 것은 양보를 못하고, 싫어하는 것은 숨기지 못한다. 안타까운 것은 그의 내면에도 숨겨진 아픔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감정을 숨겨왔던 그도 문영에 의해 조금씩 변해간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에서 그렇듯, 상태도 감정을 표현한다.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고, 겉으로 느끼는 호불호의 감정을 넘어 양보를 배울 수 있을지 앞으로 주목된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로맨스 코미디, 힐링 드라마까지. 다채로운 장르로 여러 맛으로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품에서는 주제를 시청자에게 주입하지 않는다. 그들의 감정을, 그들의 행동을 저절로 드러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궁금하다. 한번 보고, 두 번 봐도 재밌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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