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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염 Jun 03. 2023

'방귀가 잦으면 똥이...',
되새겨야 할 진리

김수염 비망록 1 - 왜 기록을 남기는가

제목이 더러워서 죄송합니다. 근데 제가 처한 상황과 딱 들어맞아서요. 일견 인간사의 진리 같습니다. 




저는 언론밥을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2011년에 이 일을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된 거 같아요. 편집이 주된 업이라 공장에 들어오는 글감을 보고, 뉴스를 골라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합니다. 이따금 기획도 하고, 가물에 콩 나듯 기사도 씁니다. 


무릇 노동은 반복되면 손에 익습니다. 손 익음 뒤에는 자만이 그림자처럼 따라옵니다.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면 요렇게 되겠다'하는 개똥철학이 생기는 거죠. 


자만은 때론 실수로 이어집니다. 언론으로 범위를 국한하면 오보, 부정확한 보도가 탄생합니다. 치명적이죠. 글쓴이와 독자들 혹은 취재 대상은 누구보다 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아 챕니다. 


선배들은 금언처럼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마'라고 말해줬습니다. 근데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1일 8시간(그보다 더하지만) 그 끈을 팽팽하게 해놓을 수는 없어요. 변명이기도 하겠습니다만, 강약중강약의 미덕이 있어야 언론노동자도 숨을 쉽니다. 특히 저처럼 일일 8시간 내내 기사를 봐야 하는 사람은 더 그렇습니다.


강약중강약 중 강, 약, 중 모든 순간에 사고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사안의 사실관계 확인을 무비판적으로 지나치다가, 글쓴이를 신뢰하고 구체적인 수치나 워딩(발언) 검증을 생략했다가 사고가 납니다. 피해는 누가 볼까요. 독자와 동료와 취재대상이 봅니다.




'난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거야.'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단한 계획이라도 실행하는 것마냥 브런치를 만들고 몇몇 글을 썼었는데, 얼마 안 돼 불씨는 사그라들고 말았죠. 잔불조차 남지 않았어요. 


근데 이제는 좀 기록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이런 건 아니고요. 업무 복기를 해야겠어요. 제 상황이 자유로운 글쓰기를 고민할 상황은 아니라서요. '싸지른 똥'을 다시 살펴보고, 앞으론 동료들 독자들 취재대상들에게 민폐를 끼쳐선 안 되니까요. 


비주기적이더라도 메모를 남기고, 혹시 비슷한 일을 하거나 이 일을 하고자 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누구보다 저 스스로에게 도움이 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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