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손꾸락이 오그라든다.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뉴스를 보고 그럴 때도 있고 누군가의 글을 읽고도 그런 순간이 있다. 옛 생각에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고 때론 다른 이의 스토리를 지지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 상태는 소위 '오버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끊김 없이 마구 쏟아낸다. 이렇게 열렬히 쓸 일인가 싶을 정도지만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한다.
정말 많은 양을 일필휘지로 쓰고 '전송' 버튼을 누르는 직전이 되면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게 이렇게 흥분할 일인가 싶다. 마치 나만의 이야기에 빠져 버린 느낌이다. 다른 사람이 읽어도 그런 느낌일까 살짝 고민하다가 애써 써 놓은 것이 아까워 전송 버튼을 누른다.
가끔은 전송을 누르는 순간까지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떳떳하고 의기양양하다. 내가 이런 글을 쓰다니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 괜히 불안이 엄습해 온다. 누가 오해하지 않을까? 또 나만 신난 건가 싶다. 그때에도 잠시 쑥스럽다가 지나간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관심하거나 관대하니까.
때론 각 잡고 반론을 펴 본다. 사실을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반론을 논리적으로 해보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라 이런 작업은 꽤나 조심스럽다. 논쟁에 들어가면 마치 게임과 같은 승부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그런 글은 늘 조심스럽고 몇 번을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 하지나 역시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어려운 것은 남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워서가 보통일 것 같다. 공개심판 느낌도 나고(사실은 관객은 많아야 한 둘이지만) 기분이 묘하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지는 않지만 뒤늦게 불안이 덮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는 보통 모르쇠로 넘길 순 있다. 아니면 완전 다 걷어 새롭게 쓸 수도 있다(발행과 동시에 수집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편하다).
가끔 예전 글을 읽으면 이불킥 할 것 같은 글들이 있다. 그것도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볼 때마다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런 순간의 열정이 또 글쓰기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 들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그날의 뜨거움만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