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마세요, 인터뷰에 양보하세요.
서비스 기획 초기 단계에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설문조사부터 시작한다. 커뮤니티에서도 서비스 기획 중인 팀의 수많은 설문 조사 링크가 올라온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이 글에서는 설문조사의 한계를 짚어보고, 왜 인터뷰가 더 깊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지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설문조사는 물론 효율적인 방법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다수의 응답을 수집해서 특정 패턴을 파악하고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좋다. 그리고 응답에서 보여지는 수치가 '정량적 데이터'라는 점에서 객관성이라는 천군마마를 얻은 듯한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서비스를 기획할지 방향을 잡는 단계에서 설문조사를 많이 진행하곤 한다.
하지만 설문조사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미리 정해진 선택지 안에서만 답변을 받기 때문에 인사이트를 놓치지 쉽고, 응답자의 진짜 속마음이나 행동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일대일 인터뷰'는 설문조사보다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지만, 그만큼 깊이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준비한 질문지의 흐름대로 질문하되, 중간에 응답자의 반응이나 답변에 따라 추가적인 질문을 하거나 구성을 변경하는 등 유연하게 조사를 이끌어갈 수 있다. 표정이나 목소리, 말의 뉘앙스 등으로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훨씬 더 다채로운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설문조사와 인터뷰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설문조사도 물론 잘 설계하면 충분히 효과적인 데이터 수집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 특성상 다음과 같은 한계들은 피하기 어렵다.
1️⃣ 맥락이나 사고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설문조사에서 "어떻게 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지인 추천/TV 광고/이벤트 홍보'와 같은 선택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설문조사가 끝난 후 우리는 '지인 추천 67%'과 같은 수치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땐 앞뒤 상황과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아 처음에 광고를 보고 좀 찾아보다 저렴한 걸로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지인이랑 얘기가 나왔고 소개 받은 곳으로 결정했어요."
이처럼 인지 경로와 고려 사항, 최종 선택의 이유가 각기 다를 수 있다. 단순히 '지인 추천 67%'와 같은 수치가 아닌 이러한 맥락이 쌓이다 보면 서비스 전략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2️⃣ 심도있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어떤 서비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하면, 캐릭터가 중요하구나! 캐릭터를 기깔나게 만들자! 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이 파보니 '캐릭터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진짜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집중해야 될 것은 캐릭터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추억과 감성'이 되어야 할 수도 있다.
3️⃣ 무성의하거나 정제된 답변을 들을 확률이 높다.
설문조사는 많은 응답을 받기 좋지만 그만큼 허수가 많이 들어갈 수 있다. 문항 수가 많아질수록 성실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앞과 뒤가 달라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 더 알아볼 기회가 없어 응답 자체를 전혀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답변을 하려는 경향이나 실제 행동과 다른 답변을 할 위험성도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설문조사는 서비스를 운영 중에 필요한 정량적 평가(고객 만족도 조사 등)에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방법을 써야 효과적일까? 사용자 여정을 파악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에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제한적이라면, 설문조사로 전반적인 트렌드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층적인 인터뷰를 준비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느꼈던 중요한 점]
인터뷰 진행 시:
• 최소 20명의 응답은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다.
• 일대일 인터뷰를 권장한다. (다대일보다 솔직하고 심도있는 답변을 얻기 쉬움)
질문 설계 시:
• '의견'보다는 '경험'을 물어야 한다.
• 피해야 할 질문: "이러한 기능이 있으면 쓸 것 같으세요?", "어떤 기능이 추가되면 좋을 것 같나요?"
• 권장하는 질문: "해당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평소 어떻게 OO을 하고 계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설문조사, FGI, 1:1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각각의 방법으로 얻는 정보의 질과 깊이가 얼마나 다른지 실감했다. 초기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하고 진짜 문제를 정의하려면 인터뷰만큼 강력한 도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각자의 상황과 목적에 맞는 데이터 수집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 어떤 방법이든 결국 그 안에서 유의미한 정보,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