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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Dec 04. 2021

일상의 악센트를 읽고-1

chapter 1을 읽고 #1

근래 필사를 시작했다. 필사하는 책은 한 번 읽고 너무 마음에 닿는 글이 많아 원서까지 사버렸던 마쓰우라 야타로의 <일상의 악센트>. 마음이 닿았거나, 글과 비슷한 경험이 있으면 반가운 마음에 뒤에 주저리주저리 덧붙이던 말을 짜깁기한 '나'의 글이다.


p15-17 손님에서 친구로를 읽고

유행에 뒤처질 수 없어 패스트 패션을 누구보다 빠르게 소비하던 내가 요즘 유행과 합리적인 가격보다는, 값이 조금 나가더라도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에 눈을 뜨고 있다. 한철이 지나면 유행이 끝나버린 옷들은 그대로 옷장에 처박히게 되는데 바깥의 빛을 보지 못하는 옷들에 미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두세 계절이 지나면 전자와 후자에 드는 돈이 비슷하니까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이런 '장인'의 구두를 찾는 글쓴이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었다. 마음에 든다고 당장 계산한 뒤 신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성격 급한 내 입장에서는 속이 꽤나 타겠지만,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이 긴 만큼 그만큼 오래 신을 수 있는 구두니까.


p18-20 기운 헤아리기를 읽고

광목 같은 천을 필터지 삼아 내리는 커피가 융 드립 방식이었구나. 꼭 헬카페가 아니더라도 융 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러 가봐야겠다. 이른 아침에 마시는 건 괜찮겠지?


p21-22 초심을 읽고

1/ 내가 처음으로 손을 움직여 만든 것을 떠올려보면, 이레미술학원에 다녔을(아마도 6살 때?) 시절 그린 반 선생님의 결혼식 축하 그림이다. 그 나이대 아이들의 그림 실력, 어쩌면 그보다 좀 더 별로였을 수도 있는 실력으로 결혼식장에 서있는 여자와 남자를 그리고 '선생님 결혼 축하해요' 이런 뉘앙스의 글씨를 썼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그때의 나는 지금처럼 양손잡이가 아닌 왼손잡이였으므로 다빈치 코드처럼 좌우 반전된 글씨를 썼다는 것?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네 나.


2/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행위를 나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비즈 반지를 만들어 이모와 할머니에게 선물한달지, 키링을 만들고 손편지를 써 친구들에게 깜짝 선물을 한달지. 워낙 선물하는 걸 좋아하지만, 특히나 나의 정성이 묻은 물건을 받은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하고 소중히 여겨줄 때 나도 덩달아 기뻐져 이 행위를 더욱 즐긴다.


p23-25 부모님을 위한 선물을 읽고

음식 이야기를 하면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게 있다. '눈물 젖은 나폴리탄'이라고. '눈물 젖은'이라는 수식어를 절대 빼먹어서는 안 된다. 나폴리탄 '같은 것'을 처음 접했던 건 초등학생 때였고, 일본에서 '진짜' 나폴리탄을 먹어본 건 스물두 살 때이다. 전자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토마토 케첩 스파게티였고, 후자는 고독한 미식가에도 출연한 기치조지의 한 가게에서 먹은 나폴리탄이다. 각각 다른 에피소드로 눈물 젖은 나폴리탄을 먹게 되었지만, 둘 다 잊을 수 없는 맛이다.


p26-28 발견한다는 것을 읽고

나의 롤모델은 이모다. 이모가 그리는 미래는 항상 10~20년씩 앞서있다. 고등학교 때, 그러니까 1980년대에 실버타운을 생각했다는 것. 10년 전, 광고홍보학과를 꿈꾸던 나에게 '이제는 문화콘텐츠의 시대가 될 거야'라고 알려준 것.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면 친구들과 각자 땅콩하우스를 지어 모여 살기로 했고, 문화콘텐츠학과를 다중전공으로 선택했다. 혹은 내가 아주 잠깐 생각했던 일들을 실제로 행하고 있다. '이게 될까?' 하며 주저하고 있으면, 이모는 그것을 시도한다. 가령, 나이가 들어 건물을 하나 사서 1층에는 카페를 운영하고, 2층에는 갤러리를, 그 이상은 친구들과 살 수 있는 집을 쌓아 올리는 것.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을 내 손으로 만드는 것. 얼마 전 만난 이모는 그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했다. 그의 시도는 나에게 용기를 준다. '괜찮은데? 할 수 있겠는데?'라고, 나의 상상이 마냥 허황된 꿈은 아닐 거라고 알려준다. 이렇게 한발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나의 롤모델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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