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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Jan 21. 2022

일상의 악센트를 읽고-8

chapter 5를 읽고 #1


p141 한마디 말로를 읽고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나는 일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남은 엔화를 털어 스타벅스에서 시즌 메뉴를 사 마시는 일이다. 마지막까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마실 수 있는) 것을 즐기려는 마음이기도 하고, 동전을 처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이게 습관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직원이 종이컵에 그리거나 써주는 작은 낙서 때문이다. 비행기 안에서 할 일이 없으니 눈앞에 있는 스타벅스 컵을 유심히 보게 됐고, 그때 처음 알아챈 후로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컵을 받아 든다. 후쿠오카 공항 출국장 내 스타벅스를 세 번 갔는데 처음엔 귀여운 토끼를, 두 번째는 주문한 음료에 들어가는 푸딩을 그려줬다. 가장 마지막에 그 스타벅스에 방문했을 때 나를 응대한 직원은 한국어를 썩 잘했다. 보통 같으면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메뉴를 말하고, 값을 지불하는 게 전부였을 테지만 한산한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카운터에 서 있는 직원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내게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고, 나는 그의 말에 대답하며 짧은 일본어로 정말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발견한 프라푸치노를 들고 있는 토끼 옆에 "땡큐!"라고 적힌 한글을 보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를 또 만나고 싶다고, 전보다 발전한 일본어 실력으로 그때 당신 덕분에 홀로 돌아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했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p143 성장의 법칙을 읽고

“성장은 이차함수"라는 글쓴이의 말에 완벽하게 동의한다. 나는 내 전공이 ‘중국어'가 될 줄 전혀 몰랐던 사람으로, 문과에 왔으나 ‘언어'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입시 시기를 보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도합 12년을 공부한 언어 ‘영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겁이 나는 존재였다. 유창하게 스피치를 한다거나, 시험 점수가 아주 잘 나오는 친구들 옆에서 유독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사뭇 다르다.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귀가 트인다'고들 말하는데,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가족에게 강력하게 ‘거실 TV를 큰 스마트 TV로 바꿀 것'을 어필하던 게 받아들여져 거실 한쪽 벽면을 꽉 채울 만한 75인치 TV를 들이게 됐다. 워낙 드라마를 좋아해, 한국 드라마는 물론 중드, 일드, 영드(는 셜록밖에 안 봤지만) 안 가리고 재밌다는 드라마는 다 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큰 화면으로 드라마를 볼 생각에 얼마나 설레던지! 안 쓰던 OTT까지 결제를 하고, 닥치는 대로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중 왓챠플레이에는 일드가 많이 들어와 있었는데, 한 배우에게 꽂혀 관련 작품을 찾아보다 보니 여름에만 10 작품 정도를 보게 됐다. 이전에도 일본어를 혼자서 조금 공부한 적은 있으나, 여행 일본어 정도라 드라마를 보면서도 열심히 배우와 자막을 번갈아 보면서 내용을 따라갔다. 이후로 여름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일드를 보고, 노래를 들었다. 그러다 얼마 전, 새롭게 <최애>라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얼핏 들으니 어떤 내용인지 알겠는 거다. 그리고 자막을 보니 내가 유추한 내용이 얼추 맞았다. 정말로 신기했다. 이게 ‘귀가 트인다'는 건가? 싶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문장을 일본어로 드문드문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조사나 어미는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드라마를 보며 차곡차곡 쌓인 단어 씨앗에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부터다. 나의 이차 함수가 드디어 0과 1 사이 완만한 곡선을 지나 수직 상승할 기로에 놓이게 됐다. 열심히 물을 줘야겠다. 할 일 없이 드라마나 보고 앉아 있는 한심한 백수인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어 실력이 조금씩 늘은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일본어 말고도 영어, 중국어도 요즘 조금씩 들리는 거 같아.. 정말 신기해!


p145 그만두지 말고 휴식을 읽고

두 시간이 아닌 두 달 간의 제주살이는 ‘앞으로의 나’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던 충분한 휴식의 시간이었다. 나의 생각대로 나는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사람들과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 또한 사랑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은 매우 소중했다. 여행은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한다면 또 발이 묶이게 될 테지만. 한 가지 강한 확신은, 나는 나 자체로 영향력을 펼칠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 나의 문장으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나의 취향이 가닿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무언가를 만들 것이라는 것.


p148 흉내 내기부터를 읽고

이 글을 읽으며 특히 더 소름이 돋았다. 마쓰우로 야타로는 한국에 있는 이름 모를 20대 에디터 지망생이 당신의 문장이 마음에 들고, 당신처럼 글을 쓰고 싶어 매일 2편씩 당신의 문장을 따라 적고, 그 뒤에 ‘그다음부터'의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기뻐해 할까? 뿌듯해할까?


내 장점이 있다면 좋은 점을 쏙쏙 잘 흡수한다는 거다. 잘 찍힌 사진의 구도를 자주 보고, 감성적인 글쓰기, 매력적인 말투 등. 좋아하고, 닮고 싶은 것들을 금방 따라해내는 재주가 있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이고 재능이라면 재능일까? 한 가지 고칠 점이 있다면, ‘그다음'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 따라 하는 것에서 그치고 말았다는 것. 그러나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지. 그래서 ‘내 것’을 만들어야지-


p150 스승을 발견하다를 읽고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무엇으로도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보다 키가 크거나, 공부를 월등히 잘하거나 눈부시게 예쁘거나 그런 친구들과는 잘 어울려 지내지 않았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나와 키가 비슷하거나 작았고, 성적도 비등비등했다. 뭐 이런 걸 보고 ‘그냥 끼리끼리 노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봤을 때 어쩌면 나는 영악할 정도로 계획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랬을까? 잘난 사람에게 ‘너 그래 잘났어!’라는 소리를 하지 못해서였다. 나보다 낫다는 걸 인정하는 건 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글을 잘 쓰는 사람, 사진을 잘 찍는 사람, 옷을 잘 입는 사람, 관계를 잘 이어가는 사람, 키가 큰 사람, 똑똑한 사람.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도 이젠 두렵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관심을 표현하곤 한다. 나보다 나음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몇 달간 함께 일했던 동료에게 응원의 말을 보냈다. 일하면서는 업무외적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지만, 그의 취향을 좋아했다. 당신의 발길이 닿는 곳을, 그곳에서 찍은 사진과 써 내려간 글을 좋아한다고. 그러니 SNS에 많이 많이 올려달라고. 멀게만 느껴진 그였는데, 나의 한 마디에 힘을 얻었다는 답장을 받으며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표현을 자주 해야지!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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