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를 읽고 #2
21년 12월에 쓴 글
p153 여백 만들기를 읽고
아침 8시에 일어나는 것조차 한심하다 생각해 한 달 동안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난 적이 있다. 24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졌을 땐 어떻게든 밖에 나가려고 매일 약속을 잡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방전이 됐다. 외출을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집에 가만히 있고 싶어졌다. 여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매일 하기로 한 일이 있는데, 약속이 있는 날에는 그걸 지키지 못했다. 그럼 저절로 다음날로 미루게 되는데 다음날도 또 약속이 있다. 이미 스스로와 한 약속이 어그러진 것에 1차로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다 하루 집에서 쉬는 날이 되면 그걸 다 해내느라 2차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약속은 일주일에 최대 세 개만 잡기로 나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랬더니 삶에 여유가 생겼다. 집에 있는 날에는 열심히 할 일을 하고, 약속이 있는 날에는 느슨하게 풀어준다. 이렇게 밸런스를 맞춰줬더니 요즘 사는 게 좀 재밌다.
p155 알맞게 무르익은 순간을 읽고
스물다섯, 내가 무르익은 순간이다.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레벨업한 2021년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짧지만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봤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들어간 회사를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사람들과 부대끼는 지하철에 올라 같이 휘청거렸다. 이때 처음으로 수십 년 간 이 루트로 출퇴근을 했을 아빠의 위대함을 느꼈다. 두 번째, 21살부터 꿈꾸던 제주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꿈을 이뤘다. 덕분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게 됐고, 세상에는 많은 유형의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세 번째,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이미 걷고 있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간접 체험을 했다. 매월 내가 읽는 글을 직접 쓴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잠시나마 그들의 동료로 지냈다. 네 번째, 머리를 짧게 잘랐다. 긴 머리를 고수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턱선까지 오는 칼 단발을 유지하려고 한다. 생각보다 단발도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이럴 거면 진즉 시도해볼걸! 다섯 번째,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제 물건을 고를 때, 고민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으며 여러 각도로 생각해본 후에 구입한다. 내 범주 안에 들어올 수 있는 물건인지 아닌지. 여섯 번째, 외국어 실력이 늘었다. 보고 들을 때,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즐겁게 지내고 있다.
p157 떨어져 있을 용기를 읽고
이 글을 읽고 잠시 흔들렸다. 부스터 샷을 맞고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아서 ‘오늘은 필사를 건너뛸까? 어차피 글도 제대로 안 써질 텐데'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매일매일 글을 쓴 지 곧 있으면 꼭 한 달이 되는데, 나흘을 남겨놓고 나약해진 것이다. 내 단점은 하나를 꾸준히 하지 못 하는 것인데, 단점이 슬슬 드러나는 시점이 된 거다. 한 달을 못 채우고 또 나가떨어지는 나의 모습을 그려봤다. 그러다 ‘뭐라도 써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오늘도 노트북을 펼쳤다. 몸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져 있을 용기를 핑계로 글쓰기를 소홀히 하지 않은 것. 오늘을 한 걸음 더 발전한 하루로 기억해야겠다.
p160 열두 개의 질문을 읽고
앞으로 내가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생각해볼 것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작은 일탈이 되어줄 만한, 그래서 사람들이 ‘하고 싶다, 가고 싶다'라고 마음먹게 할. 명확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장 최신의 것으로 업데이트하며, 혼자 또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에 머물거나 음식을 먹는 동안 걱정은 사라지게 하는, 즐겁고 새로운 것들을 소개. 그 경험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겠다.
p162 작은 감탄을 읽고
친구들의 작은 감탄, 나에게는 곧 칭찬. '블로그가 재밌다', '구독하고 챙겨보고 있다', '글이 깔끔하다'. 흘러가듯 하는 한 마디지만 나를 움직이게 하는 말들. “잘 보고 있다” 한 마디면 된다.
p165 일을 잘하는 비결
디깅(digging)과 큐레이팅(curating)과 아카이빙(archiving). 내가 절대 놓아서는 안 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