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공식
중학교를 다닐 무렵, 우리 사이에서는 R=VD가 한창 유행이었다. Realize=Vivid Dream,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이 공식은 꿈이 많은 나에게 마법과도 같았다. 이 간단해 보이는 공식 하나에 여러 가지 규칙이 붙는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한다, ‘~할 것이다.’ 가 아닌 현재형으로 써야 한다 등등. 나 또한 혹여나 작은 실수로 내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섬세한 작업으로 나의 R=VD 문장 만들어 책상에 붙여놓고 매일 밤 되뇌었다.
효과가 있었느냐고? 물론이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이 하나 있다. 아이돌에 죽고 못살던 나는 “진짜 한 번만 첫째줄에서 무대를 보고 싶다.”라는 허무맹랑한 꿈을 꿨다. 왜냐하면 그 원대한 꿈에 비해 내 손은 너무 느렸거든. 다행인 것은 팬클럽에서 콘서트 관람을 원하는 인원을 선발해 랜덤으로 티켓을 발송하는 제도를 시행했다는 거다. 일단 선발은 됐고, 티켓을 기다리는 일만 남은 그때, 나는 R=VD 1열에서 콘서트 본다.라는 문장을 적었고 거의 한 달을 매일매일 되뇌며, 가장 첫 번째 줄에서 무대를 감상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끈기가 부족했던 나에게 아마 최장기간이었을 것이다. 각설하고, 그래서 과연 어느 자리를 가게 되었느냐. 떨리는 마음으로 티켓을 열었을 때, 눈 앞에 보이는 n번이라는 숫자에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온 가족의 꾸지람을 들어야 했지만, 내가 그토록 바라던 1열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더 좋은 자리에서 콘서트를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 보고 싶었던 소원은 이뤘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R=VD를 믿었다. 지금도 매일 아침 “확언”과 “시각화”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생생하게 꿈꾸는 중이다. 상상 속에 나는 비행기를 밥 먹듯이 타고 다니며, 여행지에 관련한 글을 쓰는 에디터이다. 이건 꽤 오래 되뇌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