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와인에 빠져 관련 서적을 읽고 있는데 ‘페어링’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와인 페어링은 와인과 잘 맞는 음식 조합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기름진 음식에는 탄닌이 높은 와인, 해산물에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나는 일상 속에서 “어울리는 조합”을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책을 읽을 때 이 ‘페어링’을 아주 중요시한다. 그것은 ‘레드썬’ 같은 존재이다. 그 한마디로 최면에 빠지듯이, 나는 음식을 통해 볼 것에 완전히 몰입한다. 그 음식은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 책 속에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그저 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고르기도 한다.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시작엔 영화 <설국열차>가 있다. 연양갱이 영화 초반에 나오는 단백질바를 연상시킨다며 그것을 사들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생겼다. 나 또한 그 유행에 편승하려는 마음 반, 재밌을 것 같은 마음 반으로 연양갱을 손에 쥐고 좌석에 앉았다. 연양갱을 싫어했지만, 평소보다 몇 입을 더 먹었다. 함께 꼬리칸에 탄 사람들 중 하나가 된 것처럼 감정을 이입했던 것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는 따뜻한 핫초코나 뱅쇼를, 일본 드라마를 볼 때면 점심으로 카레나 쇼가야끼 정식을 만든다. 그래야 비로소 영화관에 들어가고, 노트북 앞에서 시작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심야식당 2>를 보고 나와서는 그 여운을 즐기려고 카운터석(다찌)이 있는 라멘집을 찾았고, <상견니>를 볼 때는 애플 사이다(대만 사이다)와 루로우판(대만식 덮밥)을 준비했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겨울에 방문했던 연희동의 책바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책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며 책 속에 나오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라니. 밖을 나서기가 많이 두려운 요즘, 머지않아 그곳을 다시 또 찾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