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이지만 알바 말고 취업할 거야!
나는 2014년에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캐나다에 왔다. 그때만 해도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 일자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현지에 파트타임 일하려는 학생 애들 널렸는데 왜 워홀러를 쓰겠어. 영어든 뭐든 메리트가 있어야지'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캐나다에서 일한 경력이 최소 1년은 있어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이미 일자리를 구하고 캐나다에 와서 입국과 동시에 출근하지 않는 이상 워홀 비자 1년으로 경력을 1년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애초에 워홀러들은 영주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워홀로 시작해 영주권까지 취득한 사람들은 주로 나처럼 워홀이 끝난 후 현지 대학에 진학했거나 아님 일하던 회사에서 고용 비자를 지원받아 일을 더 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했다.
요즘은 캐나다 워홀이 만 30세에서 만 35세로 늘어났고,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 됐다. 심지어 연장 신청도 가능해 최대 4년도 가능하단다. 나 때는 영어도 배우고, 해외 경험도 쌓기 위해 20대 초중반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요즘은 직장 생활하다가 워홀을 온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 처음부터 영주권을 목표로, 제대로 된 회사 취업을 목표로 잡고 오는 경우도 꽤 있다.
가끔 '한국에서 은행에서 일했던 사람이 캐나다에 워홀로 와서 은행에 취업했다'는 캐나다 워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진다. 물론 불가능하지 않다. 토론토에 일자리가 그렇게 없다는데 지금 나와 함께 사는 내 룸메이트는 토론토에 온 첫 주에 일을 구해서 '팀홀튼'에서 일하고 있다. 워홀로 2년 경력을 채워서 영주권을 취득할 수도, 아님 그 기간에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사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자. 한국에서 회사 생활 하다가 왔고 나이도 있고 영주권도 따고 싶으니 캐나다에서도 경력을 살려 취업하려고 한다? 현재 토론토의 실업률은 10%에 육박한다. 도대체 이 숫자가 어디서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으나 체감은 더 높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달이 지나도록 취업 준비 중인 사람들도 정말 많다. 그런데 회사에서 캐나다 학력도, 경력도 없는 워홀러를 뽑을까? 이력서에서부터 걸러질 확률이 크다. 면접 때 비자 상태를 묻는 것은 불법이지만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냐?'를 묻는 건 당연히 합법이다. 그리고 사실 이 질문해 보면 이미 그 사람이 비자를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나는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사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고 본인 하기 나름이다. 운이 좋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워홀 비자로 회사에 취업한다. 그러니 목표를 높게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다. 캐나다 현재 사정도 잘 모르고,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 것도 아니면서 "난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나이도 있으니 캐나다에 가서도 무조건 취업할 거야. 카페 알바? 식당 서빙? 그런 걸 내가 왜?"
아, 물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긴 하다. 나도 회사를 그만 둔지 1년이 넘어가고 있고, 한국에서 직장생활 오래 해서 캐나다에 와서 좀 쉬면서 취업을 준비하려는 마음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데 가끔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카페나 식당에서는 어리고 경력 없는 사람들만 일한다고 생각하는 워홀러들이 있는 것 같다. 미안하지만 그런 일조차 못 구하는 게 현재 캐나다 워홀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일본인 워홀러들은 일본인만 뽑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하고, 한국인 워홀러들은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한다.
난 모든 워홀러들을 응원한다. 캐나다행을 결정하고 비행기에 탈 때까지 엄청나게 고민하고 불안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런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현실이 힘들어질 수 있다. 독하게 얘기하면, 캐나다 회사에 취업하라고 캐나다 이민국에서 외국인들에게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주는 게 아니란 얘기다. 현지에 적응하고,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일단 한식당에서라도 일을 시작하고, 봉사활동도 참여하고,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며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게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