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치 않은 몸으로 일한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최근 들어 피로가 급격하게 쌓여가고 있습니다. 일이 많아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누군가 그러네요 정신력으로 버티면 된다고 그 말은 저도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나고 가진 병이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간다면 그런 정신력과는 상관이 없어집니다.
현재 한 발자국 움직이기도 힘든 사람에게 정신력만을 강조하고 나약함을 말하는 건 폭력 일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만난 사람과의 일입니다. 금방 지치는 모습을 보고 다 힘드니 정신력으로 버티면 된다는 겁니다. 다들 힘들어하지만 견디고 있지 않냐는 거죠. 저도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가진 병 때문에 쉬 지치고 조절을 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나이 먹으면 지병 하나씩은 있다는 말이네요.
맞습니다. 누구나 나이 들면 아프고 힘듭니다. 하지만 희귀병을 앓고 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힘든 사람에게 그러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한 배려를 바란 것도 아니고 단지 남들보다 조금 늦을 뿐이고 결과를 내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더욱이 기한을 넘기는 경우도 아닌데요.
가만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 사람이 말하는 정신력은 무엇인지. 혹시 내가 아는 정신력과는 다른게 아닐지. 내가 아는 정신력은 어려움이 있을 때 포기하고 싶을 때 이겨내는 힘입니다. 이는 살면서 힘든 역경을 헤쳐나가고 인생의 방향을 자신의 의지로 조정하는 힘일 겁니다.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이겨내는 힘이죠. 그런데 이 사람은 정신력이란 게 마치 지금 불가능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육체적인 힘이 없어 움직이기조차 힘든 사람에게 쌀 한 가마니쯤은 가뿐하게 들고 100미터를 달려 나가는 모습을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분명한 것은 정신과 육체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면 모를까 정신력은 어느 정도 기초체력이 유지돼야 발휘되는게 아닐까요. 이분의 말대로면 제 병은 정신력으로 치료가 될듯합니다.
그냥 좀 당황스럽고 짜증이 나서 주저리주저리 적어봅니다.